Today
Total
Recent Comments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관리 메뉴

BelLog™

니콜 키드먼 등등 본문

영화

니콜 키드먼 등등

Johnny_C 2013. 10. 20. 23:06

지난달 덥다고 본 영화 중 마지막은 <디 아더스>로 이전 글에 썼는데, 그에 이어서 니콜 키드먼 주요 영화를 거의 찾아보게 됐었다. 길게는 말고 니콜 키드먼 삶의 흐름을 보는 관점에서 한 줄씩만 짚어보고자 해 이제 글을 쓴다. 위 네 편은 이번에 처음 봤고, 그 아래는 전에 봤거나 이번에 다시 본 것도 있다. 꼭 순서대로 본 건 아니다.

<폭풍의 질주>(1990) - 톰 크루즈와 인사하다. 아직은 주연급 등장 정도. 곱슬머리 원래의 모습 그대로도 눈에 띄지만, 실은 로버트 듀발이 인상적.

<빌리 배스게이트>(1991) - 더스틴 호프만의 '대부' 같은데 그 걸작과 자꾸 비교하게 되어 긴장감이 훨씬 부족해 보이는 영화. 이 어두운 영화에 거의 유일한 빛.

<파 앤드 어웨이>(1992) - 톰 크루즈와 제대로 만나다. 둘의 시작을 보려면 이 영화! 긴데도 시대극에다 미묘한 둘 사이를 보니 지루한 줄 몰랐다. 모든 게 마냥 예쁘고 아름답다. 둘이 숨어서 미래를 상상하게 되는 장면은 그냥 '아, 여기서구나!' 싶었다.

<투 다이 포>(1995) - 곱슬머리도 이젠 안 보인다. 전처럼 남자의 상대로서 여자가 아닌, 독립적 커리어를 쌓아 나가려는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이 아마 톰 크루즈와의 현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지 않았을까?

<피스메이커>(1997) - 엘리트 '작업남'으로 나온 조지 클루니와 전형적인 탈냉전 시대다운 할리우드 영화. 니콜 키드먼 역시 이미 엘리트가 되어 있다.

<아이즈 와이드 셧>(1999)* - 톰 크루즈와 헤어진 영화. 단순히 그게 다는 아닌 영화지만. 어쨌든 니콜 키드먼의 불륜을 둘 다 계속 상상했다. 부부의 침실에서 시선을 맞추며 진지한 대화로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 장면은 영화로만 끝났다면 더 이상했을 정도.

<물랑루즈>(2001)* - 톰 크루즈와 갈라설 때, 배우로서 또 여자로서 여전히 창창하다고 마치 과시하듯이 매력을 한껏 발산. '나 살아있어!' 외치듯.

<디 아더스>(2001) - 두 아이를 지키려고 민감하게 구는 미모의 과부 포스가 철철. 현실에선 둘 다 톰 크루즈에 양육권 뺏겼지만.

<버스데이 걸>(2001) - 클릭만 하면 배달되는 신부가 되어 순진남들 등쳐먹고 다니는데, 그래도 순수함에 끌려 물질적이고 답답했던 도시적 삶에서 벗어나려 한다.

<디 아워스>(2002)* - 처음엔 누가 니콜 키드먼인지 몰랐을 정도로 놀라운 분장. 특히 여성으로서 삶이란 뭔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에서 세 여배우의 삼중주. 정신병으로 교외 생활을 했지만, 더 답답해져 바쁜 대도시로 돌아가려 한다. 작품을 통해서 삶을 영속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있는데, 어쩌면 이즈음 니콜 키드먼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했을 수 있겠다.

<콜드 마운틴> (2003) - 소개팅 같은 걸로 외지 남자를 만나다. 고통을 감내하고 개방적 사고로 상류층에서 벗어나 밑바닥부터 굳세게 삶을 일궈가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 마음이 물들어 버린 남자를 어느 새부턴가 강하게 원한다. 그래, 그렇게 살면 되지.

<휴먼 스테인> (2003) - 엘리트들이 모인 대학이긴 한데 거기서 단순직종, 과거 있는 여자로 등장. 추락한 노교수 꼬신다. 그런데 과거의 남자는 바로 <디 아워스>에서 간접적으론 자신의 남자나 마찬가지였던 에드 해리스. 심지어 장애인인 점도 같았다. 부활한 과거남을 철저히 외면하는 게 마치 <디 아워스> 이전 자신의 과거를 외면하듯도 보였다. 안소니 홉킨스와 게리 시니즈 인상적이었다.

이후 작품 중 본 게 물론 또 있지만, 이 블로그(한미르 때)에 쓴 첫 영화이기도 한 <도그빌>(2003) 같은 실험적 영화에 출연하는 등, 일련의 흐름을 굳이 찾자면 다양한 작품에 열심히 나오는 것밖엔 보이지 않아서 후략한다. 극장에서 보고 글로 썼던 <인베이젼>(2007)과 <나인>(2009) 그리고 최신작 <스토커> 외에 <인터프리터>(2005)와 <오스트레일리아>(2008)는 소장하고 봐서 글이 없다. 참고로 위에 제목 뒤 별표도 소장이다.

꼭 니콜 키드먼 영화만 본 건 아니다. <체르노빌 다이어리>는 보는 동안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싶어서 공포보단 짜증이 더 났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피폭된 사람이 구출되어 의사만 만나면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모습이, 차분히 생각해보면 바보 같기도 하지만 막상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도 워낙 당황해서 그렇게 바보같이 생각했을 것도 같았다. 처음부터 아예 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더라도 걱정을 애써 억누르고 사회 집단과 함께랍시고 그냥 행동해 버린다면 아는 상식이란 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이 하드'와 '에이리언' 시리즈도 봤다. '다이 하드'는 4.0편 빼고 '굿 데이 투 다이'를 보고 나니 예전 1~3편도 대충은 봤던 것 같지만 정리하는 셈 치고 쭉 봤다. 뻔한 말이겠지만 역시나 전 편으로 갈수록 짜임새가 좋고 최신 편일수록 규모가 커졌다. '굿 데이 투 다이'에서는 브루스 윌리스가 더는 원톱 주연이 아닌 게 됐다. 나이도 있으니... 부자 사이로 보여주는 가족 개념이 거의 유일한 주제로 단순화됐고, 예전의 시대상과 풍자도 담겼던 알찬 짜임새와 과하지 않게 적당히 큰 규모의 조화가 아쉬웠다. '에이리언'은 요즘 확장된 시리즈 말고 원래의 1~4편을 봤다. 각각 79, 86, 92, 97년 영화. 어릴 때 집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 게 3편이었다. 긴장감이 2편과 3편이 역시 좋고, 4편은 이 측면에선 부족했다. 1편은 너무 오래됐고.

요즘 한동안 고전도 개봉작도 아닌 좀 지난 현대 영화에 재미를 느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