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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 숭고한 삶의 투쟁 본문

영화

그래비티 - 숭고한 삶의 투쟁

Johnny_C 2013. 10. 22. 22:25

2D로 M관에서 봤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극장에 한 달 만에 간 탓도 있겠지만, 뭔가 벅차오르고 꽉 움켜쥔 손을 풀 새도 없이 온몸을 꽉 채우는 어떤 느낌이, 이런 거야 말로 바로 진정한 감동이란 게 아닐까? 싶었고 별 의미를 담지 않고 써왔던 '감동'이란 표현에 대해 되짚어 보기까지 했다. 이 영화 단 한 편을 보고서.

광활한 우주의 암흑을 배경으로 푸르고 곡선을 보이는 지구가 나타나는데, 영화는 스크린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영 중 극장이라면 어디든 다 깜깜하니 암흑 배경은 무한히 확장되어 좌석 안내 빛조차 거기쯤 있는 어떤 별로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종종 모든 사운드를 일부러 꺼버리기도 한다. 많은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듯, 이 영화는 그냥 조용히 보여준다. 마치 '자, 지구인들이여, 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가? 그게 사람 사는 거라네. 다 작은 일일 뿐이야.'하고 영화가 말을 건네온다.

우주에서 뭐 고치다가 파편을 맞아 표류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갔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사건의 연속은 정말 흥미로웠다. 게다가 억지스러운 게 전혀 없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요즘 안 그래도 실제로 우주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이를 처리할 방안도 꽤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냇가 생선 그물질 정도가 아닐 텐데) 이런 최신 시대적 상황이 이 영화 전개의 시작점이 됐다. 여차여차 러시아 소유스와 중국산 톈궁까지 보이는데 각 우주선 버튼엔 다 다른 언어가 쓰여 있으며, 역시 다 다른 종교적 상징물이 꼭 보인다. 이렇게 달라도 모두 지구로 갈 가능성이란 공통점. 지구인들은 뭐가 그렇게 서로 틀렸다고 아웅다웅 인지, 알고 보면 공통점이 참 많으면서도 이렇게나 다양한 게 우리와 우리네 세상이니 어찌나 아름다운가? 게다가 두 인물의 이름은 라이언과 코왈스키다. 라이언이 여자다. 무슨 '걸' 이름이 라이언이냐고 코왈스키가 한마디 하기도 한다. 코왈스키는 본인 아니면 적어도 가문이 러시아 쪽 출신일 것이다. 괜히 성별이나 출신을 또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닐 터다. 다르지만 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 영화에서 의미를 한층 더해주는 게 있으니 주인공의 과거다. 거의 말이 없던 주인공은 딸이 네 살 때 죽을 때 자신이 운전 중이어서 요즘도 그냥 운전을 하곤 한다고 했다. 목적 없이 가는 길. 그렇다. 우리네 인생은 꼭 목적이 있어서 살아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뭔가를 극복하는 것.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아니, 그렇다. 광활한 공간에 홀로 있어보면 느낌이 오는 거다. 좁아도 복작대고 살아가는 것. 주인공은 돌아가 봤자 그 목적 없는 운전이나 하게 될 터다. 무슨 좋은 게 있어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그래도 살아 돌아가기 위해 그렇게 목숨 걸고 투쟁하기로 한다. 그 투쟁은 결국 끝 무렵에는 '숭고함'이란 단어가 떠오르게 했다. 숭고하다.

외국에선 우주 쓰레기 얘기가 있고 우리나라에선 이소연 씨의 MBA 논란이 있는데, 쩝. 이소연 씨는 이런 지구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또 관객 중엔 중학생들도 보이던데 이 아이들도 이 영화를 왜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 다 알았을까? 남들 반응도 꽤 궁금한 영화였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도 그 나이 즈음에 <데몰리션 맨>을 비디오로 보면서 산드라 불록을 처음 봤었는데, 이후론 한동안 산드라 불록 다른 영화에선 왠지 모르게 나이 들고 히스테릭한 날 선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선 먹었던 나이도 토해낸 것 같았고, 편안해 보였다. 연기력 때문일까? 오랜만에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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