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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윤리학, 스토커 본문

영화

분노의 윤리학, 스토커

Johnny_C 2013. 2. 28. 13:44

<분노의 윤리학>은 사흘 됐다. 짧게 적어보고 싶다. 다 선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면 선의로 잘못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 잘못이 살인으로까지 극대화된 경우다. 항변할 거리는 다 있다. 누가 없겠나? 그런데 그 살인범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뻔뻔함의 극치였다. 다른 사람이 뭐가 어쨌든 죽인 건 넌데 왜 까부세요? 그 살인범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 조금이나마 연민이나 애착 등을 느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미미하게나마 다 다를 것 같다. 감상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게 이 영화의 매력 같다.

<스토커> 스포일링 안 하고선 글을 쓸 수가 없다. 보실 분은 아래 읽지 말길.

삼촌이 아닌 그 딸이 영화의 열쇠라는 힌트는 여럿 있었다. 목에 걸었던 열쇠부터가 직접 그렇고. 아이스크림 냉동고에서 사람 머리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괴롭히려는 남학생을 역습해 피를 내고도 태연한 것, 샤워하다가 우는 게 아니라 쾌감을 즐기던 것 등 고분고분한 양 겉보기완 다르게 안 보이는 면엔 분출할 줄 아는 뭔가가 있다는 암시. 각각의 장면에선 스무스한 반전이면서도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마치 피아노의 스타카토와 같은 깜빡임이었다. 자기가 힌트라고, 좀 알아봐 달라고 반짝반짝!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연주는 끊어침이 아닌, 꼭 이음줄로 붙은 것 같은 '라도시도'의 반복이었다.(음계가 확실친 않음.ㅋ) '이렇게 언제나 불안한 상태의 연속일 뿐이랍니다.'라는 것만 같던 그 뻔한 연주는 끊어쳤지만 화음이 좋은 삼촌의 연주가 잡아먹을 듯 다가왔지만 밀리지 않고 맞받아 발전해 나갔다. 앞서 나온 혼자 그렸던 정물화에서도 사물의 속성을 분해하더니만, 남학생이 잡아먹을 듯(?) 덮어버리자 그 위에 도리어 덧칠을 하는 것도 돌아보면 다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전체에도 반주처럼 걸친, 한참을 기다리며 때를 노린다는 아버지께 배웠던 사냥법. 결말이 드러나기 전에는 힌트들이 가리키는 게 뭔지 이런저런 가정을 해보며 재밌게 봤다. 딸의 친부가 실은 삼촌으로 알던 그 남자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바로 그 딸이다? 이런 추측들을. 여러모로 보고 나서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점점 더 마음에 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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