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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후에 본 영화 3+13편 본문

영화

추석 전후에 본 영화 3+13편

Johnny_C 2013. 9. 25. 00:05

이번 추석 연휴는 무려 5일이었다. 극장 가서 본 개봉작은 금요일에 <관상>과 <스파이> 그리고 일요일에 <컨저링>을 봤다. 집에서는 전후에 걸쳐 <저지 드레드>, <무서운 영화>(1~5편), <헌티드 힐>, <스크림>(1~4편), <미스트>, <디 아더스> 등을 봤다. 전에 봤는데 또 본 것도 있고, 처음 본 작품도 있다. 음력 명절이 올해엔 유난히 양력으로 빨리 찾아온 데에 늦더위가 더해지니 추석 연휴에 공포 영화를 잔뜩 보게 됐다.

<관상>은 긴 상영시간에도 전혀 늘어짐 없이 전체가 아주 재밌었다. 한 시간쯤 지나고부터 정치에 휘말리기 시작해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그 앞의 코믹 중점 이야기와는 또 다른 영화처럼 하였기에 다 보고 났을 때 긴 영화였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였다. 이상한 곳도 조금 있긴 했다. 하나만 짚자면, 극 중 역모는 안 된다고 생각하던 송강호와 김혜수 등이 수양대군의 얼굴을 도리어 역모의 상으로 몰래 만든다는 게, 뒤이어 다른 이가 그 얼굴을 보고 어찌어찌 되어 결국 흐름은 의도대로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예상해서 점을 만들었다는 건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무리는 종교관에 따른 거부감 들지 않게끔 부드럽게 잘 맺어 흥행할만하게 잘 만들었다.

내가 '국사' 과목을 배울 때엔 국정 교과서였는데, 세조는 그랬어도 결국 공이 많은 왕임이 강조되며 배웠었다. 참고로 원래부터 난 한국사 정설을 믿지 않아 왔는데(그래서 국사 성적이 유독 별로 - 참 좋은 핑계?!), 세조가 그렇다고 배웠던 건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일 뿐이리라고 여겼다. 이처럼 아무리 수세기 세월이 흐르고 공식적으로는 훌륭한 왕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역모였음 또한 변치 않는 기록으로 남는단 걸 현세 우리 후손들도 잘 되새겼으면 한다.

<관상>보다 한 주 일찍 개봉한 <스파이>는 연휴에도 상영할 줄 몰랐고, 안 보고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연휴에 <관상>밖에 별다른 국산 상대작이 없는 듯한 덕분에 늦게나마 볼 수 있었다. 옛날 같으면 <스파이>가 추석 연휴에 가장 흥행했을 스타일일 텐데, 요즘엔 장르 구분이 불분명해지면서 요즘처럼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여기서 배우는 일단 문소리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특히 한예리가 전에 <코리아> 탁구 영화에서 북한 선수로 뛰었던 게 생각났다. 북한 억양 한번 익혀두니 그 능력 두고두고 잘 활용하는 게 배우로서 일도 되고 자기계발도 하니 참 좋겠다. 어쨌든 이 영화 역시 두 시간을 넘김에도 한 90분 정도만 흐른 줄 알았다. 아무튼 둘 다 재밌었다는 말이다.

집에서 공포 영화들을 보던 중간쯤에 본 셈이 된 <컨저링>은 극장에서 제대로 된 공포물을 본지 오래된 것 같아서 기다리던 작품이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대서, 어설프게 효과로 놀라게 하는 영화는 아닐 것 같아 믿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여주 베라 파미가는 얼굴 조화가 어색해 보여서 내가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배운데도 이 영화에서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냥 자연스러워 보였다. 심각히 무섭게 하는 곳도 없고, 간질간질한 긴장감이 내내 이어지는 게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였다. 뭔가 아쉽긴 한데 돌아보면 보는 동안은 분명히 좋았던 영화.

집에서 본 영화들은 갓 개봉한 영화도 아니니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진 않더라도 간단한 사연이라도 적어보겠다.

<저지 드레드>는 몇 달 전인가? 동명의 새로 만든 영화가 나온단 광고도 종종 봤었는데 이때도 막상 보지 못했었다. 이번에 봤다는 건 스탤론 나온 1995년작인데, 삼보 '드림시스97' 샀을 때 번들 CD로 처음 봤었다. 그런데 이 CD는 CCFE라고 자막 나오면서 영어 공부하라는 거였지 영화 감상하라는 CD가 아니었다. 그래서 보다 말고, 또 보다 말고; 그래서 마치 수학의 정석처럼(집합과 명제엔 도사;) 앞은 많이 봤어도 결국 끝까지는 보지 못한, 내겐 그런 비운의 영화였다. 그 영화를 인제야 겨우 끝까지 본 것이라는 사연. 그런데 이번에 보고 전에 왜 계속 그랬었는지 알게 됐다. 영화 자체가 날 확 잡아끌지 못하는지 자꾸 딴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흥미롭지 않다고는 할 수 없고, 이 영화는 나와 영원한 애증의 관계인가보다.

패러디 영화 시리즈의 진수 <무서운 영화> 중 올해 개봉했다는 5편도 이번에 보긴 했는데 여주가 바뀌어 시리즈에 넣어도 되나 앞으로 지켜봐야겠고, 4편까지 여주 안나 패리스는 정말 친구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영화의 매력에도 한 몫하고, 전에 봤던 편도 있지만, 그냥 전체를 다시 쭉 봤다.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재밌는 영화>는 김정은이 주연해서 딱 한 번 찍고 2편으로 이어가질 않으니 아쉬운데, 누가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는 자막은 한글 아닌 영어로 넣고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성이나 배설 내용이 많은 편인데 패러디라 어차피 B급인데다 그래도 DVD 세트로 있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 떠올리면 차라리 이 시리즈가 낫다고 여긴다. 패러디인 만큼 아는 만큼 재밌게 보는 영화인데 2편은 잘 모르겠는 부분이 많아서 찾아보니 <헌티드 힐>이라고 내가 보지 않았던 영화였고, 그래서 이와 함께 역시 전체 시리즈는 보지 못했던 <스크림>도 이참에 4편까지 본 것이다. 이 시리즈를 보면 모든 공포 영화를 다 섭렵해야 할 것만 같다. <헌티드 힐>(1999) 같은 영화는 차라리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이다. 검열 삭제된 부분도 다 들어간 판으로 이렇게 나중에 보는 게 역시 낫다. 그나저나 제프리 러쉬와 팜케 얀센이 함께 나온 영화라니 상상은 잘 가지 않았다.

그렇게나 보고도 연휴 시간은 남아, 봤던 영화 중 또 떠오른 영화는 <미스트>(2007)와 니콜 키드먼의 <디 아더스>(2001)다. 반전 영화들도 반전 모를 때 처음 보고, 반전 알고 나서도 다시 볼 땐 앞 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여러 번 보면 한동안 가던 그 재미도 끝이다. 그래서 <디 아더스>는 이젠 그만 봐야겠다. 시체 사진들 나올 땐 여전히 오싹하긴 했다. <미스트>는 마무리도 기억나지 않고, 과연 비디오 소개 TV 프로그램에서 장면들을 자주 보여줘서 본 것 같은 건지 정말로 봤던 건지 헷갈렸던 참이다. 그런데 보고 나니 바보 같게도 봤던 게 생각났는데 왜 그랬었는지 동시에 이해도 됐던 게 전에 봤을 땐 마무리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던 거였다. '이게 뭐야?' 하며 글도 안 남겼던 것. 그런데 지금 보면 원작자 스티븐 킹은 종교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거부감 없이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끔 썼던 것 같다. <관상>으로 최근작 예를 들면 마찬가지로 얼굴로 정해진 운명론이라느니, 그 반대든, 어느 쪽이든 답을 딱 내려두면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수밖에 없으니, 결말 직전까지 내용과는 상반되는 듯한 마무리로 끝내주면 중화가 되면서 최소한의 흥행은 보장되는 셈 같다. 하지만 마무리가 인상 깊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기도 할 터, <더 테러 라이브>와 같은 비공식적 마무리가 일단 본 사람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기니 결국 다 장단점이 있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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