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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 - 의심은 소통의 시작 본문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 의심은 소통의 시작

Johnny_C 2013. 9. 8. 17:49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떼어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동네에서 볼 수 없었다. 왕복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 일정에도 맞춰 어딘가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한 궁금함은 참을 수 없었다. 법원에서 상영 금지인가 중단인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등 일련의 소식들은 '아, 이 영화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진짠가 보네?'하는 자연스러운 역홍보가 내겐 됐다. 찾아보니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인디스페이스 이렇게 불과 세 곳에서 한다. 아트나인은 알고 보니 씨너스 이수였던 곳 같다. 거기 사운드나 인테리어 등 상영 영화뿐 아니라 극장 자체도 전부터 참 맘에 들었던 곳인데 메가박스가 씨너스를 인수한 후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몰랐는데 이름을 바꾸고 아예 독립한 모양이니 그간 상황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그 동네에 볼 일이 최근엔 별로 없고, 아트하우스 모모는 신생은 아니고 이름은 들어본 지 좀 됐는데 여대 안에 있다는 지라 막상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들어갈 수 없단 건 아니지만 모르긴 몰라도 대학 내 극장이라니 별로 좋은 극장일 것 같지 않기도 했고. 남은 곳 '인디스페이스'는 어딘가 보아하니...아~! 이 이름으로 연 게 언젠진 모르겠고 아무튼 그 극장도 참 곡절이 많다. 근처 일정과 엮어 거기로 갔다. 세 곳이란 극장도 간판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둘과 여대 안 하나 이렇게라니. 이 영화 고달픈 정도가 김기덕 영화에 비할 바 못 된다. 극장에 간 다음에 알았는데 메가박스에서는 상영 예정했다가 취소했던 거란다.

영화는 다큐 비슷하게, 아니, 다큐인가? 그렇다. 증거 자료들이 무수히 나온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결론부터 말하면 해저 암초에 좌초 후 표류 중인 배를 잠수함이 노려서 들이받고 튀었단 것이다. 보고 나오는 표정들이 남녀노소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모두 씁쓸하다. 그중에는 이미 알려졌던 진실을 더는 숨길 수 없게 됐다는 씁쓸함도 있을 것이고, 이 나라 정부와 국군 등에 대해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인 씁쓸함도 있을 것이고, 또는 원래 믿을 수 없었던 걸 '역시나'라면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씁쓸함인 걸 수도 있을 것이다. 말없이 씁쓸했던 사람 중에 나와 다른 이유로 똑같은 표정을 지었을 사람이 섞여 있었을 걸 생각하면 그게 더 끔찍한 걸까? 나는 이 영화가 보여준 객관적 자료가 조작이 아님은 당연히 믿고, 이어서 그것들이 엮인 인과 관계와 그 맥락에도 동의한다.

다만 객관적으로 짚어볼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다행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올 즈음 앞부분이었다. 국방 장관이나 대통령 등 고위층의 발언들 편집본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가 북한과 전쟁을 하려고 그랬단 것처럼 해놨던데, 그런 발언들은 군에게 항시 태세를 잘 갖추고 긴장하고 있으란 의미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지, 꼭 전쟁을 획책하는 말로 보는 건 비약이 심했다. 내부 결속용이자 정치적 이유까지로만 보는 게 적당할 것 같다. 그리고 표류하던 천안함을 들이받고 도망갔다는 잠수함이 연합 훈련을 하던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3국이며 그 증거 자료는 계속 수집 중이라고만 한 부분도 아쉬웠다. 한국과 미국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제3국이라는 걸 어떤 사람들은 '거봐라, 어뢰는 아니어도 북한이 맞긴 맞지 어디겠느냐?'라는 식으로 나올지 모른다. 혹여나 천안함이 이 영화 덕분에 재논란 점화에 성공한다면 언론은 아마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게 이미 뻔히 보인다. 이건 그야말로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난 중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북한이 '날 잡아 잡수쇼~'하고 왔을 확률은 매우 낮고, 수집 중이라던 분은 아마 짐작 가는 나라가 있었을 텐데 말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 아마 중국이라면 추락하는 미국에 대항해 부상하는, 앞으로 더 협력할 대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해군력은 나 같은 일반인도 알 정도로 이미 잘 알려졌다. 어쨌든 제3국이 어딘가를 밝히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나라 당국이 객관적 사실을 국민에 숨겼단 것을 심증 아닌 물증으로 '확실히' 보여준 게 중요한 점이다.

근 과거나 역사를 논하는 것의 의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현재 때문이라는 점엔 이견의 여지가 아무에게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석기 관련 사건은 어떠한가? 나는 그가 종북이 맞다 아니다를 떠나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됐는지가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과 정부 사이 서로 신뢰가 있다면, 이번 사건을 놓고 국민이 정부에 보내는 의심, 또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서로, 없어지진 않더라도 적어도 덜할 것 아닌가? 영화로 돌아가면, 마무리에서 "의심은 소통의 시작"이라고 했다. 합리적 의심조차 무조건 적대했다가는 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천안함 장병 유가족들은 당시에 조금이나마 따로 조사해본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진실을 아는 사람도 입 밖에 내지 않는 조건으로 당사자의 개죽음 아닌 국가유공자라는 명예와 유가족 혜택 등을 제시받고 침묵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한 많은 이 세상 떠날 때쯤에라도 죽음 뒤에 명예가 다 뭐냐고, 어차피 삶은 이렇게 다 지나가 버리고 만 것을, 이런 인생관을 가지신 분이 분명히 계실 거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어차피 대를 이을 자식이 죽어버렸으니 세상에 남아 박해를 받을 또 다른 가족도 없는 상황일 게 아닌가? 강요할 순 없지만 언젠가 그중 누군가는 돌아가시기 직전에라도 양심선언이든 뭐든 깜짝 발표를 해주시길 소망해 본다. 그 사건은 '프로젝트'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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