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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 Time is unity 본문

영화

루시 - Time is unity

Johnny_C 2014. 9. 7. 00:23

어릴 때 이 뽑을 때 말고는 치과에 처음 가서 요새는 보험 적용된다는 스케일링을 받고는 그 깔끔한 상태를 조금이라도 유지하고자 영화관에 들어갔다. 빈손으로 들어가면 뭘 먹으려 해도 먹을 수 없게 되니까. 아니 그런데, 명절 연휴는 가족과 함께 안 보내고 커플이 왜 이리 많아? 영화관은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 어차피 사이사이 달랑 하나씩 남을 자리 나라도 채워줬으니깐. 그런데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명절용으로 적당한 영화는 아니었다. 첫 배경 타이베이에서 최민식 등 한국어 대사 많이 나오는데 여기가 한국이라고 영어 자막을 넣지 않은 건 좀 아쉬웠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아직도 안중에 없나 보다.

뤽 베송 감독인 줄은 알았는데, 할리우드보다는 프랑스 영화에 더 가깝게 만들어서 조금은 당황했다. 시간을 논했으니 말 그대로 4차원 이야기다. 가볍게 볼 수도 있으나 사뭇 진지하다. 우리는 스스로 한정 지었지만, 사실 모든 것은 시간만으로 통한다.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다. 지금 끙끙대며 사는 게 무엇을 위한 건지를. 다른 많은 영화에서도 보통은 행복과 사랑 같은 걸로 결론 맺어버리고 말아버린다. 하지만 기실 그게 진정 끝일 수 없는데 단지 정확한 답을 모르겠으니 거기에 동조했을 뿐이라는 게 내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며 숨어있던 진심이었다.

예컨대 회사 일을 한다면, 그 회사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다고 치자. 그 편의는 인간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한다고 치자. 말은 좋다. 그럼 그 새로운 가치는 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람마다 다른 그런 것들도 모두 넘어 더 긴 안목에서는 궁극적으로 뭘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아니지만 괜찮은 답을 영화는 내놨다. 그저 후세에 전하는 거다. 대단한 답이 없어서 실망했을 관객도 있을 수 있다. 정답은 여전히 감히 모른다.

뉴욕 타임스퀘어가 마차, 원주민, 공룡, 정글, 지표면 생성, 등등 저 멀고 먼 옛날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생각한다. 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전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내 인생은 정말 길이로 쳐주기나 하는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짧디짧다.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진화할지 지금은 감히 예상할 수 없으니 뭐든 후세에 전하는 게 최선인 게 맞겠다. 내가 살면서 이룬 뭐든 긴긴 시간을 놓고 보면 하찮아 보일 수 있어도 중요한 하나가 된다. 그 작은 하나하나가 모여 긴 시간을 통해 진화를 이룬다. evolution은 Revolution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 evolution이 Revolution을 자연스럽게 이뤄낸다.

또 우리는 너무 돈이나 권력 같은 사욕에 초점을 맞춘 체제에 살고 있어서 이 경제 체제가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나도 뉴턴 패러다임도 깨지 않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는 아직 준비가 너무나도 안 되어 있다.

젊을 땐 내 인생에서 뭔가 대단한 거라도 하나 이룰 수 있을 줄 안다. 그런데 문득 인생이 짧다고 깨닫곤 하면, '나는 조금만 해볼게, 후세여 잘 해보게.' 이런 마음으로, 내 희생을 통한 성취보다도 그저 생존과 번식의 본능을 더 중시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별 얘기 아닌 것 같아도 세상이 어찌 되든 생존만 우선한다는 건 무서운 얘기일 수도 있다. 노인들은 이런 생각의 끝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보수화가 되어갔던 것일까? 청년과 장년의 사이에서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나도 이젠 발버둥 그만 치고 결국 평범하게 돈이나 벌고 자손이나 낳아야 하는 걸까..? 문득문득 인생이 그냥 슬프다. 내 곁에 밝은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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