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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 용서 본문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 용서

Johnny_C 2014. 4. 7. 02:21

원제에선 섭씨 40도도 넘기는 한 카운티 지명을 부제로 단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아버지의 장례로 한 평범해 보이는 시골 본가에 모인 일가족. 저 중에 줄리아 로버츠 하나 없으면 다들 저런 식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텐데. 어쩌다 친족은 다 떠나고 메릴 스트립이 마지막에 기댈 곳이 고용한 가정부인지. 마침 돌아가신 분이 그런 인생이란 걸 깨닫기라도 한 듯이 죽기 직전에 고용했단 게 씁쓸하다. 또 중간에 나왔던 이런저런 관계도 그렇고, 그렇게들 다들 살아가나 보다. 씁쓸하지만 그게 바로 사람 살아가는 모습인가 보다.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엠마 톰슨과 톰 행크스가 두 주연이다. 톰 행크스는 월트 디즈니 역인데 대체 누가 뱅크스 씨인지는 천천히 드러나는 영화. 사실은 어릴 때 은행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썼다는 원작 '메리 포핀스'. 그래서 영화화하려는 디즈니에 꼬장꼬장 굴다가 파기됐는데, 디즈니는 다시 설득한다. '아버지를 용서할 건 없어도, 당신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저 위 osage에 가족들도 누가 누구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을 용서하면 되는 건가? 거의 노년이나 되어서야 깨닫는 걸, 당장 와 닿기는 어렵다. 어떻게 살면 늙어서 내가 자신을 용서할 일이 없게 사는 걸까..? 답도 없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 또한 그런 용서할 일 하나도 없이 살아갈 자신은 없다. 아직 인생 반도 안 살았을 텐데 자꾸 용서할 게 쌓여 그 무게를 삶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간다. 쉬울 리가 없다.

키가 지금의 반쯤은 됐으려나? 아무튼 어릴 때, 디즈니 만화가 왠지 마냥 끌리지만은 않았다. 설명할 수 없는 어린아이의 느낌상 그랬다. 지금은 안 계신, 외국에 종종 왕래하셨던 할머니는 내가 좋을 줄 알고 디즈니 선물이나 랜드 얘기 많이 하셨었다. 그런데 한번은 되려 왜 거기서 새해맞이 같은 걸 하는 게 좋은 거냐고 되물었었다. 아버지는 순간 거의 처음으로 버럭 했다. 거긴 모 호텔 지하 할머니 가게였고, 전두환 정권 때였다. 뭘 알만한 나이도 아니었지만, 다만 더는 따져 물어선 안 된다는 분위기 정도는 알았다. 그 이후로 20년쯤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방문하면 맛있는 것 뭐 줄까? 뭐 사줄까? 밖에는 별 기억이 없다. 공교롭게도 디즈니가 '메리 포핀스' 영화화를 꼬드긴 기간도 20년이란다.

그래서일까? 나도 지금까지도 메리 포핀스 원작자처럼 마음속에선 디즈니에 꼬장꼬장 굴어왔던 것이다. 디즈니를 내가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어른들과의 관계를 위해 사용했다. 최근 <겨울왕국>도 역시 그래서 봤었다. 내가 월트 디즈니의 선한 뜻만 볼 수 있다면 좋지만, 이 세상은 우리 인간을 그렇게 순수하게 내버려두진 않는다. 난 어릴 때도 이미 그랬고. 그렇지만 적어도 하나, 용서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란 걸 언제나 새겨두는 것만으로도, 아직 '젊은 놈'으로서는 충분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의 괜찮은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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