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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Frozen 본문

영화

겨울왕국 Frozen

Johnny_C 2014. 2. 17. 18:20

애니메이션은 관심이 많지 않아서 디즈니 픽사든 미야자키 하야오든 국산이든 본 게 거의 없다. 이 <겨울왕국>도 말들이 많아도 볼 생각이 없었는데,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어머니가! 함께 보기로 했던 친구들이 먼저 봐버렸다고. 나 원 참 20년 전 일요일 아침처럼 디즈니 만화영화 부모님과 보게 될 줄이야. 갑자기 애가 된 기분은 덤.

디즈니가 변화했다고 하는 게 맞을지 다양성을 품을 수 있게 된 건지는, 디즈니를 쭉 봐온 건 아니라 잘 모르겠으나, 뻔하지 않아졌음은 분명하다. 왜 있잖나, 착하지만 불행한 공주는 왕자의 키스를 받고 해피엔딩되는 이야기. 그런데 여기선 왕자 한스가 키스 시도할 때 아직 영화 끝나기엔 한참 남았던 때라 그게 그렇진 않을 거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곤 그 시점부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건지 예상을 할 수가 없었기에 끝까지 몰입되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다.

영상을 즐기는 것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던 때, 얼음들과 오로라 등으로 짐작할 수 있는 북유럽 배경 소개와, 순식간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로 처음엔 좀 정신없었다. 자매는 생긴 것도 비슷한 게 아직 젖살이 안 빠져선가? 피부 빛깔과 복장으로 구분해야 했다. 줄거리에 집중하기로 했더니 이내 곧 디즈니의 다른 작품들이 그랬듯 안데르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이 원작을 봤던 건 아니지만, 마법 그리고 엘사의 감금 아닌 감금은 저 옛날 순결의 강요였다는 뭐 그런 짐작 정도만 했다. 자매의 우애로 'build a snowman'하더니 언니가 성인이 된 3년 후 모든 문을 열고 'for the first time'이 반복되던 노래 등. 뮤지컬처럼 이야기가 흘렀다.

그러다 이 작품만의 핵심은 뭐가 나오려나? 하던 차에 언니의 숨겨왔던 마법이 분출됐는데, 주변 사람들을 지킨답시고 옭아맸던 장갑을 스스로 벗어 던지며 부르던 'let it go'는 그 가사의 뜻이 그대로 전해 왔다. 여왕에서 졸지에 괴물이 될 뻔한 결점으로만 여겼던 걸 남들에겐 없는 개성적 장점으로 돌려낸 기쁨으로 볼 수 있었다. 뭔가 있으면 그게 뭐든 그대로 고! 해서 발전시키라는 메시지가, 왕자의 키스 같은 외부의 도움을 마냥 기다리기나 했던 시절과는 아주 달라졌다. 아, 그런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떤 면에서는 안현수 선수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혼맥으로 작은 성 하나라도 건지지 못하면 왕자였어도 거지나 다름없어지던 건 안데르센 시절의 현실이기도 해서 한스가 형만 12명이랬을 때 일찌감치 그를 의심할 수도 있었으나 빠른 전개와 노래로 쉴 새 없는 재미에 나중에 놀라고야 말았다. 마무리는 서열 밀리는 평민 같은 공주 안나와 백마 탄 왕자가 아닌 그 뭐냐, 순록? 그거 탄 평민 크리스와 관계도 있지만, 'let it go'를 부르고도 혼자만의 화려함에 그쳤던 언니를 진정한 사랑이라며 따뜻한 지상 현실로 무사히 데려온 게 전체 해결의 열쇠였다는 점에서도 또 이번 작품은 인상적이었다. 꼭 남녀의 사랑을 떠나서 희생정신과 동성의 우애를 진정한 사랑에 포함시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러모로 진일보해 디즈니 역사에 이정표를 세우는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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