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Total
Recent Comments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관리 메뉴

BelLog™

투 마더스, 뫼비우스 본문

영화

투 마더스, 뫼비우스

Johnny_C 2013. 9. 8. 17:45

<투 마더스>는 2주 전에 봤는데 어제 <뫼비우스>를 보고 글을 붙여서 써본다. 앞 영화는 예고나 시놉시스만으로도 내용이 알려진 만큼 추가로 충격은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넷의 그런 관계가 이뤄졌는가에 초점을 맞춰 감상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남반구 호주의 바닷가에 낭만적인 집, 남편들의 부재, 성인이 된 자식들, 뜸한 외부인, 등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한순간 감정에 시작된 서로 친구 자식과의 성적 관계. 그들도 처음엔 실수로 넘기려 했으나 솔직히 행복하다는 걸 서로 인정하면서 관계를 계속하기로 하더니, 나중엔 겨우겨우 자식들이 결혼할 또래를 데려왔음에도 오랜 관계를 끊지 못해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고만 게 아쉬웠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끊을 수 없었을 만큼 그로 인한 행복이 중요했던 걸 거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걸 행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되짚어 본다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괴로운 순간들도 행복한 순간만큼이나 많이 있었다. 관계를 되돌릴 기회를 몇 번이고 잡지 않았던 것을 그들은 두고두고 죽는 날까지 후회할 것 같다.

한여름과 추석 연휴 사이, 직장인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열심히 일할 때, 학생은 새 학기 시작, 이런 영화 비수기를 잠깐 거치면서 대작이 뜸한 이럴 때가 작지만 큰 강소 명작을 찾아보기 좋은 때다. <천안함 프로젝트>에 이어 <뫼비우스>를 봤다. 정지영 그리고 김기덕이다. 햐~

<뫼비우스>는 김기덕 작품인 걸 잘 알고 봤는데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이 거의 무성영화나 다름없었다는 거다. 물론 비명, 신음, 괴성, 등은 있었는데 첫 대사는 언제야 나오나 신경 쓰고 있었는데 끝까지 안 나왔다. 아마 말로 뜻을 전하는 것보단 원시적 감정 그대로 표현하는 게 이 영화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무삭제판이 아니었겠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삭제된 부분이 무슨 내용일지 다행히 짐작할 수 있었다. 거세의 공포라니 <티스>가 떠올랐다. 얼마 전 <숨바꼭질>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고 했는데 남녀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나갔다가 돌아온 여자는 성기를 가진 쪽에만 다가가는데 이렇게 되면 사람이 좋아선지 육체만 필요한 건지 자연스레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구에 불과한 성기 때문에 사람을 달리 대하게 되는 게 '사람의 도구화'란 주제를 일단 던진다. 인과 관계가 얽혀 원인을 찾는 게 무의미해짐을 느꼈다. 현재를 받아들이고 당장 해결책을 찾는 것조차 버거운 게 우리네 삶 같다. 이쯤만 해도 이미 '작품'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뒤에는 또 온몸이 성감대라는 게 나오고 돌이나 칼로 쾌락에 도달하게 되는 건 마치 석기나 철기 등 원시 시대를 떠올리게 하면서, 원래 있던 도구가 없으니 전체가 도구가 되고만 본말전도가 나타난다. 결국 칼이 성기와 마찬가지나 되면서 성기는 오히려 죽음으로 이끄는 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인간의 도구화에 이어 도구와 도구 사이 전치도 되고 말았다. 흔히 死의 도구가 되는 칼이 정반대인 生의 기운을 불어넣는 원래의 도구를 대신하게 되는 게 정말 묘하다. 앞뒤가 반대인 것 같지만 같은 쪽이기도 한 뫼비우스의 띠 같다. 총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원시 사회나 현대 사회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을 보이고 싶어 넣은 것 같았다. 만물이 도구가 되면 부질없으므로 불교에 귀의하는 걸로 마무리됐다. 그렇다고 꼭 불교로만 해석할 일은 아닐 거다. 기독교에서도 인간은 하나님의 뭔가를 위한 도구로 여겨달라고 기도하지 않는가. 저번 <피에타>에서는 비록 다른 주제였지만, 가톨릭의 향기가 나기도 했으니. 어쨌든 우리 인간이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으니 과욕을 삼가자는 말로도 보인다. 배우는 이미 명배우 조재현은 말할 것도 없고, 여우 1인 2역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아직 어리다. 그런데 힘들었겠다.

한편 감정에 솔직하시기도 한 김기덕 감독님, 앞으로 제도권의 압박과 표현의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실지 오래도록 쭉 지켜보고 싶다. 나 같으면 외국에서 살고 말 텐데 그래도 꾸역꾸역 국내에 들어오시는 걸 보면 나라 사랑도 대단하신 분 같다. 얽히고설킨 게 있는데 어떻게 떠나겠느냐고, 마치 영화에서 가족처럼. 실제 삶은 영화에서 비극적 결말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가시는 길이면 좋겠다. 어쩌면 실제 삶에서 세속적 욕망을 절제하시느라고 영화에서 그렇게 자극적으로 분출하시는 게 아닌가도 싶다. 그래서 영화가 다소 과격할수록 한편으론 안심하게도 되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