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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에비뉴엘]로맨틱 홀리데이, 007 카지노로얄 본문
같은 영화관에서 두 편을 보았다.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 이제야 처음 갔는데, 명동과 을지로 양쪽 모두에서 접근이 좋은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순환선 을지로입구역 부터 롯데백화점 연결통로를 통해 실외로 나가지 않아도 영화관에 닿을 수 있는게 장점이다. 샤롯데관에 언제 가봐야겠다. 영화에서 다른 포인트는 대강 접고 여기서 나는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홀리데이'에서는 미국영어 중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서부의 LA출신과 영국영어 중에서도 가장 영국적(!)인 런던교외 surrey출신 두 여 주인공이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영화라 하겠다. 나도 가보진 않았지만 LA의 이미지는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게 맞다면 아주 현대적이고 위험(?)하며 진취적이다. 그럼 반대쪽 이미지를 보이려고 한걸로 보이는 영국에선? 일단 전통적 영어는 런던이 아닌 그 근교 지역에서 쓰이고 정작 런던은 코크니 사투리를 쓰는 점, 런던의 대도시 이미지는 영국 전체를 대표할 수 도 없는 점, 교외이어야 영국적 평온함이 잘 나타난다는 점, 마지막으로 히드로 공항에서 다른 교외 지역보다 가깝다는 점 등으로 surrey라는 지역이 선택됐다 생각하는데 맞나?;
두 여 주인공 캐릭터 또한 그 지역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먼저 미국녀 카메론디아즈. 이름? 라틴틱하게 세음절 모두 A가 들어가되 발음은 또 어맨다지 절대 아만다가 아니다. 직업? 헐리웃에 영화..도 아니고 아주 짧은 시간에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하는 예고편 만드는 일. 직급? 빨간색으로 강조하라고 지시하던 오너다. 반면 영국녀 케이트윈슬렛을 보자. 이름? 꽃이름 아이리스, 화려한 장미도 아니고 괜히 아이리스가 아니다. 직업? 이미지와 반대되는 텍스트 정보의 대표격인 신문사, 영국 신문사들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더텔레그라프. 한 때 맛이간 더타임스와 달리 유일하게 꾸준히 보수주의를 대변한다. 또 그 중에서도 기사가 아닌 의견을 내야하는 칼럼니스트. 직급? 남들 놀 때도 일하는거랑 다 모인 자리에서 일거리 받는거 보면 말단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반대인 두 여 주인공의 사회활동 배경을 조목조목 보여주는데 영화시간의 초반이 많이 할애된 이유는 아마 뒤에 나올 로맨틱 내용이 전세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걸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 강조의 정점은, 정반대인 두 나라의 운전방향과 핸들위치 등을 둘이 맞닥뜨리면서 아예 대사로 그것들이 '반대지만~'하고 나온거였다. 생활이 반대였다는 의미함축과 함께 앞으로 생활도 바꾸어 가게된걸, 말그대로 차로 가면서 표현했다. 생활을 바꿔'간다'와 차로'간다'는걸 중첩시킨 한글표현이 어색하다면, 영어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how's it GOing?'이 어케지내냔 말이듯 차로 go하면서 '반대지만~' 대사를 굳이 하는건 생활을 바꿔 지내는 의미의 함축이다. 내가 강조하는게 아니라; 내가 볼 때 영화에서 그걸 강조하려고 한걸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렇게 차이점을 한참을 강조한 후에는 새 짝을 곧 만나는 부분으로 넘어간다.
글이 넘길어질까, 영국쪽커플 경우만 짚어보도록 하겠다. 둘이 처음엔 브랜디로 했는데, 시간 좀 흐르고선 여잔 커피 마실거냐고 묻고 남잔 혼자 우유탄 차 마신게 나온다.(차마셨단 말은 없었지만 전형적 영국우유통이 화면 정중앙에 비춰졌다) 발음에 있어서도 미묘한 분위기에서 영국 남자가 either 발음을 아이더로 안하고 미국녀 맞춰주려고 이~더라고 말끝에서 눈썹까지 올리며 강조하던 그 표정이라든지, 또 미국쪽커플 예도 하나 들자면 아이리스가 briliant나 lovely같은 영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사용함 등. 정리하자면 상승분위기에선 상대의 악센트나 문화에 맞춰주려는 노력이 보였다는 것과, 약간의 갈등 또는 냉각 국면에선 원래의 자신으로 싹 돌아가버린단거다. 이 절묘한 연애 영화의 재미를 한국어 자막만 봐서는 100% 이해할 수 없을텐데, 혹시 이거 읽고있는 사람 중 이 영화 보실 분 있다면 귀로 들으면서 본다면 재미는 배가 된다고 알려드린다.^^
귀로 들으면서 봄으로써 배가되는 재미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여러번 나왔는데 내가 한번밖에 캐치를 못한건지 일부러 딱한번만 암시를 넣은건진 모르겠으나, 아이리스가 한번은 문장의 제일 뒤에 'even'을 넣는, 틀리진 않지만 어색한 어순의 문장으로 말한게 있었는데, 문장 뒤에 even, although 등을 넣는건 상당히 Jewish한 어순이다. 나중에 아더 등 여럿과 함께 유대교의 상징인 그 촛대(이름은 모르겠다;)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는 씬이 거기부터 예상되었다고하면 지나친 오버일까나? 마지막에 두 커플이 각각 원래 집으로 돌아간게 아니라 영국쪽에서 모두가 모여 행복하게 끝맺어진건 초반에 그렇게 강조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모두 한 점으로 모일 수 있는 연애에 있어서의 보편성을 지녔다는거 같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솔로 여성들에게 위로가 되는 메시지의 영화다. 레이디, 그대가 그 어떤 종류(?)의 여자라해도 누구나 사랑받을 또는 사랑할 수 있다.는.
이제 '007'얘기다. '언어'에 대해서만 적는데도 할 말이 많지만 이미 많이 썼으니 여기선 딱 하나만 짚겠다. 한국어랑 영어 아닌건 언어도 아닌가? 왜 대사가 영어가 아닌건 자막이 아예 없는거야? 그것도 여러 나라를 왔다갔다하는 스파이 영화인데. 벽에 LIBRO라고 포스터 붙어있던거 글씨도 큰데 화면에 한참 비춰지면 괄호치고 자막내야지~ 스페인어로 책인가 그렇다. 카지노에서도 무슈무슈~하면서 불어 자주 나오던데, 글구 바젤은행원이 본드커플에게 계좌이체시켜주러 다녀가며 그 지역 주언어인 독일어로 작별인사한거 등 영어가 아니면 이탤릭기울임 넣어서 한글자막 내줘야하는거 아닌가?
외화를 들여오면서 자막을 넣을 때, 원어의 재미를 최대한 자국어로도 느낄 수 있게 하는게 번역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한류열풍을 이어가려고 정부차원에서 지원까지 하는 마당에, 한국배우 명대사 중에 '누구냐 넌?','칭구아이가~','얼마면 돼?'등을 단순히 'who re you?','we re friend','how much?'로만 번역해 버렸다면 나는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섭섭할거다. 실제로 어케 번역됐는진 모르겠지만; 원어에서의 감칠맛을 100%는 번역하지 못해도 최대한의 노력은 해야 마땅하다. '고이보내드리오리다,즈려밟고가시옵소서' 요게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여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아직도 없음이라 여전히 여기며, 스톡홀름에 한국어 전문학원 세워다가 노벨상 위원들 교육시켜주고싶은 심정이다. FTA 여럿 체결될 마당에(반대많아도 어차피 될거다) 우리 한류도 질을 높이고 많이 키우는 한편, 상호적으로 외화자막도 '착하게'좀 붙여줬으면 좋겠다.^^
내가 써논 글들 꽤 맞나? 아니, 다 쓰고 스스로 쭉 읽어봐도 구멍이 참 많은데; 누가 비평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