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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점묘법 회화 본문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점묘법 회화

Johnny_C 2014. 3. 11. 23:17

몰랐던 게 많다. 얼마 전 매튜 맥코너히가 남우주연상을 탈 줄은 몰랐다. 이 영화를 못 봤었으니까.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하는 배우일 줄도 몰랐다. 그냥 '벤 에플렉이랑 카테고리는 같지(껄렁 허우대 바람기 이미지) 않나?' 하고 말았었지. 그리고 이 영화 포스터만 봤을 땐 '토이 스토리'에 우디 같은 인형 미니어처일 줄 알았지, 그렇게 살 뺀 실물 사진이라는 걸 몰랐다. 영화 속에 똑같은 모습으로 걷기도 한다. 와, 이렇게 마른 배우 아니었는데, 이런 환자 배역 맡아서 감량을 얼마나 한 건지, 전 같으면 섹시로 나왔을 이 배우 맨몸이 초라한 환자로 등장하니, 관객으로선 괜히 미안할 정도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일차적 내용은 일단 FDA 까는 영화. 영화 전체에 걸쳐 FDA는 제약사의 자본 논리에 의해 승인인지 인증인지를 하는 것일 뿐이지, 정작 사람의 건강을 위하는 건 아니라는 고발로 보인다. 그렇게 새삼스러운 내용에 그칠 뻔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쳤다면 명작이라고까지 할 순 없었을 거다. 양심 의사 역을 맡은, 바로 그 벤 에플렉 부인 제니퍼 가너랑 불알 달고 있으면서 여자처럼 지내는 환자 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 둘 다와 죽을 잘 맞추면서도, 개인적으론 거울 보다가 애써 문득 웃어 보이는 애잔한 모습이나, 고객 중에 불러서 웃기게도 그 와중에 언제 둘 다 동의했는지 바로 화장실에서 욕망을 서로 해결한다든지, 창녀에 전염 직전에 울먹인다든지, 웃기면서도 슬펐다.

특히 초반에 캐딜락 좋다고 타고 다니며 감히 고객님께 거기 앉아 있지 말라고 지적을 하던 그런 사람이 후반엔 돈 없는 환자를 위해 "셀 더 카" 시크하게 한마디 던지며 이타적으로도 변하는 모습은 마음마저 침묵하게 했다. 그 와중에 살살 내 미소가 번지던 건 훈훈함도 있었고, 이번엔 캐딜락 타보더니 전에 변호사 때 링컨 차가 그래도 더 좋았던 모양인가 싶기도 했다. (누가 텍사스 카우보이 아니랄까봐 둘 다 직선주로에 강한 차.) 마지막에 생존을 위해 사는 건지 정말 살아있는 건지 모르겠다더니 로데오를 하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장면 등이 모여 전체를 인상적인 영화로 만들어놨다. 나는 어떤가? 그냥 살기 위해 사나? 진정 제대로 사는가? 되돌아본다. 난 예술을 감상할 때 깨어 있음을 느낀다. 듣고, 보고, 느낄 때. 요리 먹을 때 포함.

아무래도 환자 얘기다 보니 사실 전체 분위기는 쫙 가라앉았는데, 각 색깔 사는 장면들이 모인, 미술로 치면 마치 점묘법 회화 작품을 멀리서 봤을 때 각 점들 덕분에 어떻게 보면 전체도 화사한 인상을 풍기듯이. 그랬다. 나란 점 하나가 홀로 있으면 색깔은 확실히 보일 수 있지만, 그 색깔인 점에 그치고 만다. 내 몫을 떼어내더라도 남의 점과 섞일 때, 내 색깔은 옅어지더라도 더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칙칙한 점들이 모여도 전체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매튜 맥코너히는 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어찌 보면 <노예 12년>에서 혼자만의 신분 되찾기에서 어느 순간 그 공동체를 인식하게 된 것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이번 아카데미의 코드라면 코드?

함께함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삶에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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