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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 노예 12년 - 오스카 매치 본문

영화

아메리칸 허슬, 노예 12년 - 오스카 매치

Johnny_C 2014. 2. 28. 23:16

일 년 중 이맘때면 할리우드의 시상식 작품들이 잔뜩 줄 서 있어서 갑자기 영화 보기 바빠지곤 한다. 이 요상한 배급 구조에서 수상작이 나오면 갑자기 스크린 비율이 확 바뀌기도 하므로 외화든 아니든 그 직전에 그나마 다양할 때 많이 봐둬야 한다. 개봉한 순서로 <아메리칸 허슬>과 <노예 12년>을 연이틀 봤다.

이 <아메리칸 허슬>은 속이고 속는 게 꼬이고 꼬여서 구분이 어렵게 되고,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면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 미국이 개판이라는 현실을 새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게 만약 수상한다면 현재의 미국도 다시 개판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크리스천 베일이 잔뜩 늘어난 배와 가발을 공들여 붙이는 장면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후 하나씩, 거론하자면 전부다라서 일일이 그러는 게 의미 없어 생략하지만, 이 중에 단 한 사람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인데 그런 인물이 다섯도 넘게 나오니 말 다했다. 이 밖에도 잠깐 나오는 인물들도 무게감이 있었다. 대사나 분위기가 무겁단 게 아니라 캐릭터가 다들 짙다고 할까? 다만, 인물 표정 보려면 눈을 자막에서 떼야 하는데 그냥 듣고만 넘기기엔 대사가 빠르면서도 겹치는 곳도 많아서 눈이 아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게 외국인으로서 어려웠다.

<노예 12년>은 반대로 대사가 굉장히 적다. 말보단 영상과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많은 걸 보여주려 한다. 그래선가, 어차피 주제 의식도 선명하고 내용은 특별할 건 없단 걸 알고 봐선가, 지루한데다 종종 안타까움에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 때문에 즐거울 순 없었다. 이 시대엔 너무나도 당연한 가치인 자유를 다뤘기에 누구나 감명받을 수 있지만, 이렇게 늘어지는 건 동전의 양면. 치웨텔 에지오포나 마이클 패스벤더가 남우연기상을 받는다면 모를까, 보수적 아카데미의 감독상이나 작품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감히 예상해본다. 그런데 내 예상이 별로 맞지도 않더란 건 함정. 저번에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재미를 겸비했는데도 작품상은 아직이어서 이번엔 혹시 또 모른다. 어쨌든 미국인 아닌 나는 이런데, 미국인에게 자유를 향한 투쟁이란 그들의 정체성과도 같아서 이 주인공에 그들 국가 전체를 투영해서 봤다면 정말 또 모른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집에 돌아갔을 때 나지막한 첫 마디가 '용서'였던 게 인상적이었다. 서 있던 남자는 부인의 새 남편인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사위여서 다행이었다. 이 실제 주인공의 죽음을 모른다는 게 씁쓸했다. 평안히 자연사했다면 어디 묻혀있다는 정도를 알만도 한데, 이렇다는 건 그가 재판을 벌여 불편하게 됐던 이들이 사악한 복수를 한 건 아닐지 마음에 걸렸다.

둘 다 미국의 과거 실화였단 공통점이 있는데, 둘 중에서만 시상을 한다면 <아메리칸 허슬>은 작품, 감독, 각본, 등 종합적 성격의 상 중에서, <노예 12년>은 개인적 성격의 남우주연상이나 남우조연상인 게 맞을 것 같다. 나만의 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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