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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연 경기필하모닉 마지막 공연 본문

공연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마지막 공연

Johnny_C 2017. 12. 21. 02:41

경기필하모닉 앱솔루트시리즈 IV <성시연의 베토벤>. 성시연 지휘자가 경기필을 떠나는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 분 경기필 시작하실 때 라디오 인터뷰가 기억나는데, 세간의 관심은 '여성'임에 있었지만, 국내 3대 오케스트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었다. 정명훈의 서울시향 좋던 시절이었는데, 오케스트라라는 게 색깔이 다른 거지, 누가 둘째고 셋째냐 구분이 무의미한, 줄 세우기가 어려운 음악 분야인 만큼, 사실상 최고에 도전해보자는 뜻의 겸손한 표현으로 들렸었다.


그게 벌써 4년이 흘렀나 보다. 수원까지 가기엔 게을렀던 나는, 마지막 공연 날이 되어서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접하게 됐다. 4년 전 그의 인터뷰에서 바람은 이뤄졌을까? 직접 비교는 못 해도 '앱솔루트시리즈'라고 기획한 걸 보면 아마 웬만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오신 것 같았다. 이 시리즈를 달리 표현하면 '끝판왕' 격인 곡들이니까. 그렇지만 이런 대편성 곡들이 오히려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만 적당히 끌어내 주면 박수갈채 받기 어렵진 않기 때문에, 끝판왕 곡들을 잘 했다고 다른 부류의 곡들도 잘 한다고 쉽게 단정할 순 없다. 그래서 나로선 오늘 하루 공연을 통해 그간 4년을 짐작해야만 했다.


오늘 프로그램은 브람스 이중 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9번. 이중 협주곡 협연과 베토벤 합창 성악가 모두 흠잡을 곳 없었다. 협연자가 둘이라 성시연 지휘자와 셋이서 주고받기 정신없을 법도 한데, 협연 모두 자신감에 차 있어서 좋았다. 다만 둘이 팔 부딪히면 어떡하나 좀 떨어져 섰으면 하고 조마조마하긴 했다. 협연 말고 성악가는 원래 내가 기악만큼은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지휘자에 있었다.


성시연 지휘자의 왼손 끝을 유심히 보았는데, 잔잔하거나 느리고 조용한 악장에서도 섬세한 손길이 눈에 띄었고, 거기에 경기필도 잘 반응하는 것 같아 대체로 편안했다. 지난 4년을 쭉 지켜보진 않았지만, 그 시간이 고스란히 포디엄에서 그렇게 드러났다. 부수적인 소소한 재미라면, 단발머리라도 앞을 가리는데, 가끔 넘기면서도 지휘 박자에 지장 없이 이어가는 모습이 여타 남성 지휘자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멋진 마지막을 예우하는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나도 동참했다.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를 떠나는 뒷모습에서도 아쉬움 따위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더 당당해보였던 발걸음이 두고두고 인상에 남을 것 같다. 지휘자라는 걸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나도 어딘가에서 떠날 때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저럴 수 있으려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저러기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인상깊은 뒷모습이었다.


성시연 지휘자와 별개로 경기필하모닉은 관악기가 원래 빈약했는지 모르겠는데, 현악기는 훌륭했다.


자리는 콘서트홀 1층이 오랜만이었는데, 천장이 2층에 가리기 직전인, 기가 막히게 가성비 좋은, 그런 자리라서 꽤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1층에 갈 땐 같은 열에서 B블록 1번 같은 자리에 앉아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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