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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본문

공연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Johnny_C 2017. 12. 26. 06:00

<호두까기인형>은 2013 연말 유니버설발레단 이후 네 해를 지나 드디어 국립발레단을 처음 접했다. 그동안 유니버설발레단은 가끔 접했는데, 갈라 때 무용수 여럿을 조금씩 다 봤던 영향이 컸다. 아예 모르면 몰라도, 조금이나마 알면 더 알고 싶어지는 인간의 마음. 그러는 동안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예술감독 아래 순항하면 갈라 한 번쯤 하겠거니 했는데, 막상 올여름 갈라를 했을 땐 일 때문에 정신없을 때였다. 결국, 유니버설발레단과 마찬가지로 국립발레단도 <호두까기인형>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국립발레단(KNB) 버전은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으로 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UBC) 버전이 무대 곳곳을 각 자체의 볼거리로 활용한다면, KNB 버전은 단순화하여 스포트라이트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무대 전체를 이용한다. 그 이용이란 아예 공백으로 비워두는 것도 포함한다. 그래서 좌석선택도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위층보다는 1층이 비싼 만큼 정말로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군무 때문도 있고, 무대 연출도 굉장히 뭐랄까, 스펙터클하다면 과한 표현일까? KNB 버전은 아래에서 공중을 올려다볼 때 압도감을 더 크게 느낄 거였는 반면, UBC 버전은 무대 바닥 뒤쪽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주목해야 하는 게 더 많아 내려다보는 게 더 좋을 거다. 군무도 KNB는 아직 많이 못 봐서 잘은 모르지만, 굳이 적어두자면, 박자는 맞아도 원래 배열이 어떤지가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도 굳이 조감하며 배열을 감상할 건 없었다.


<호두까기인형>인데 호두까기'인형'이 안 나오고 호두까기'아이'가 나온 것은, 예상 못 한 재미였다. 또 예상 밖이었던 게 KNB 버전이 현실적으로 주인공 마음속 어둠을 꽤 부각했을 줄 알았는데 내 느낌은 별로 그렇지 않고 마냥 재밌었다. 보고 있던 내 마음이 즐거워서였나? 실은 애초에 꿈이라는 표현조차 확실하게 하질 않는다. UBC는 긴 침대에 딱 눕고 딱 일어나는 장면이 아주 명확하게 나왔는데 KNB는 그 정도로 구분하지 않고 비교적 자연스레 흘러간다. 반주는 KNB의 실연이 춤추기 쉽도록 느긋하게 맞춰주니 UBC의 조마조마 심장 쫄깃함 대신 편안한 맛이 있었고, 디베르티스망은 UBC는 4명도 나오고 막 그랬는데 KNB는 싹 파드되로 구성했다. 두 발레단 색깔 차이를 단어로 정리하면 UBC는 동양 집단주의, 엘리트 실무자, 꾀돌이, 더하기, 로코코? 등이라면 KNB는 서양 개인주의, 베테랑 경영자, 돌직구, 빼기, 바로크? 등으로 비유해 대비할 수 있겠다.


캐스팅을 보고 날짜를 골랐는데, 김지영 이 분은 현역에 아직 계실 때 얼른 봐야 할 것 같아 25일 저녁 공연으로 냉큼 정했다. 가장 마지막 회전 때, 스퍼트로 살짝 기운을 더 싣는 게 보였는데, 그게 더 보기 좋았다. 체력 안배를 해뒀던 것이리라. 언제까지라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단 의지로도 읽혔다. 이 주인공 마리 외에 눈에 들었던 분은, 끝나고 찾아보니 박슬기. 다른 공연 날짜 고를 때, 모르는 분 도전하기보단 믿고 보고 싶을 때 고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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