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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 6중주지만 교향곡 같은 본문
목요일 아침에 봤는데 무려 3시간.
시공간이 여럿 나오는데 3시간 동안 보다 보면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사건이 절묘하게 연관되며, 그것은 그저 편집의 장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윤회사상을 말하는 것이다. 내용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 출연한 배우도 다들 다역으로 분장을 달리하며 나오는데 출연료 문제라기보단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다. 윤회사상을 믿는다면 당신이 다음 생에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지금 선택이 중요하겠다. 후세 인류를 위해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면 사람들이 당장의 안위뿐만이 아닌, 인류 전체를 위해 노력하도록 그나마 좀 더 먹힐만하겠다.
그 중 이 영화 전체의 메인프레임에 해당하는 최후의 시점에서는 그 앞 시점에서 생존했던 '손미-xxx'를 신으로 숭배하는데 시사점이 크다. 정확한 대사가 기억나진 않지만, 그곳에서 할리 베리가 톰 행크스에게 손미는 신이 아니었다고 알려주는 그런 대화가 있다. 혹시나 현세 인류가 믿는 신이 과거에 '단지 뭐'였을 수 있다는 시사로 보인다.
공통점이라면 모든 시공간에 일종의 저항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거다. 그 덕에 시대가 변하면서 부족한 것들이 나아지지만, 새로운 하위 계층의 등장과 같은 사건은 여전히 벌어질 것이다. 그럴 테지만 꼭 저항 정신이라 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을 하는 생명체가 꾸준히 존재하는 이상, 미래는 밝다.
핵심 내용도, 보는 재미도, 다 좋은데 워낙 길어서 흥행은 어려울 것 같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90분짜리 영화면 두 탕에 해당하니까. 게다가 크리스천 중심의 세계관을 짰고 그 틀이 깨져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역시 또 깔아뭉갤 테니까.
마지막에 '분장쇼'에서 '아! 쟤가 쟤였어?'하고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성별까지 바꿀 줄은 상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