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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미 이프 유 캔, 뮌헨 본문
일부러 스필버그 영화를 찾아본 건 아닌데, 그러고 보니 둘 다 스필버그 영화네. 지난주에 소장 아닌 DVD로. 둘 다 두 시간이 넘는 장편이다.
오프닝 시퀀스가 인상적인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당대 실화가 바탕이라고 한다. 그냥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봤는데 그냥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식이 희대의 사기극을 계속 벌이고 다닐 수 있는 밑바탕을 어린 시절부터 깔아줬단 게 영화에도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이미 꽤 사기를 친 후에 아버지께 "왜 멈추라고 하지 않느냐?"며 원망 섞인 절규를 한다. 돈도 돈이지만 사회적 소속감에 대한 의식주 뒤로 몇 번째 단계인가에 있는 본능 중 하나가 문제였다. 사기가 범죄이긴 하지만, 본성이 악한 요즘 우리 사회에 흔한(?) 악질은 아닌 것 같았다. 변호사 시험에 2주 만에 합격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는 것은 그가 어릴 적 교육 환경에 문제가 없었다면 문제없는 제도권 엘리트로 성장할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는 안 좋게 쓰던 그의 능력을 사회를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같은 능력이 있어도 어떻게 쓰이느냐는 역시 중요하다.
<뮌헨>은 찾아보니 (찾아본다는 게 딴 데가 아니고 바로 이 블로그다.) 2006년 4월 22일에 극장에서 봤다. 당시 런던에 있었는데 프린스 찰스 시네마라고 시내 한 골목에 저렴하면서도 멋스러운 단관 극장이다. 그런데 그땐 자막 없이 봐서 안 본 줄 알고 이번에 다시 봤다.ㅋㅋ 이미 보고도 글을 남기지 않은 영화들도 이렇게 꽤 있어서 이번에 두 번 보곤 이제나마 글을 남겨본다.
CIA나 KGB 뺨치는 걸로 알려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복수 결정과 그에 따라 투입된 현장 요원들이 대상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영화는 흐르고, 핵심은 그러면서 겪는 갈등이다. 국가, 그것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대한 애국 충정과 그 임무에 희생된 상대의 죽음에 대한 인간적 도덕성 사이에서, 죽은 사람은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집단과 한 숙소에 마주치면서 JSA 분위기도 내는 등, 갈등은 종점에 이른다. 그 종점에서는 그토록 그리던 아내와의 섹스 중 멍하니 정면에 자신만의 영상을 펼치며 마치 몸에서 빠져나가 소모되면 허무한 그 현재의 육체 행위와 같이 복수에 이은 복수 또한 섹스처럼 소모적이며 허무하다는 암시를 한다. 이처럼 멋진 편집과 연출이! 특히나 또 마지막 장면에서 배경에 보이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는 당연히 9.11 이후에 찍었으니 수십 년 전 배경으로 한다며 CG로 일부러 넣었을 터.
<본 레거시>에도 나왔지만, 정보 요원들은 블랙 요원이 되면 공식 사망과 실제 사망도 다를 터, 실제 기록이 어딘가에 있진 않을까? 지금 상영관들을 다수 점령하고 있는 '광해'도 역사에서 사라진 15일의 기록을 상상해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그때의 실제 기록은 어딘가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