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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 역시 깔끔하지만 단순친 않은 본문
김기덕 감독. 홍상수 감독과 함께 꼭 찾아보는 감독. 이분들 작품들은 상업성이 짙진 않다 보니 수요 견적이 안 나와선지, 디지털 배포는 잘 안 하는데 필름 영사기를 없애서인지, 흔한 동네 멀티플렉스에선 잘 안 해줘서 개봉 직후 얼른 보지 않으면, 영화제 수상이라도 해서 홍보 박 터지면 모를까, 멀리 찾아가야 하거나 보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실은 '본 시리즈' 4편이 더 궁금했지만, 이 할리우드 대작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추석 시즌 직전까지 걸려 있을 것임을 알기에.ㅋ
그리고 이런 감독분들 작품은 왠지 디지털보단 필름 상영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옛 화양극장 건물이 다 허물어져 버린 지금, 여전히 필름 영화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극장 중 친한 곳은 아트레온, 서울극장, 대한극장. 아주 고요할 땐 심지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기습 폭우에 쫄딱 젖었던 소맥 불금을 보낸 터라 몸 사릴 만도 했는데 예매해둔 명당 조조를 놓칠 순 없단 의지로 충무로의 자존심 대한극장에 행차했는데 이른 아침 작은 관인데도 자리가 거의 꽉 찼다. 나 이상으로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남녀노소 옹기종기~
주인공이 이정진이네? 순간 어이쿠! 했다. TV 예능 프로에 '비주얼'로 나와 대중에 아주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는데, 배우로 생존하기 위해 그걸 깨야 했을 그의 연기를 지켜본다. 전에 이민정 원톱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 그가 출연해 시크하면서도 정감있게 굴었던 것과, 그녀와 최근 이슈가 된 이병헌의 말 중 대중 노출의 대척점에 있는, 자기는 대중에 개인의 노출을 많이 하지 않음으로써 작품 속 역할로서 관객이 온전히 봐줄 수 있게 한다는 게 (뜻은 그랬는데 이말 그대로는 아니다. 검색하면 말 그대로 찾겠지만 귀찮다;) 떠오른다. 뭐가 낫다는 건 없고 각 배우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 있고 그에 따른 업보가 각각 있을 뿐이라는 게 내 생각. 어쨌든 <피에타> 속 이정진을 계속 지켜본다. 그가 선택한 무표정의 종류가 매우 마음에 든다. 입꼬리의 높이가 배역에 딱 어울리게 절묘하다. 최근 본 <공모자들> 주연들의 무표정보다 훨씬 더.
초반 냉혈한이던 샤일록 같은 그 이름은 또 '강도'다. <올드보이> '오대수'만큼이나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것 같다.ㅋ '강도'에 웬 여자가 등장한다. 누구지? 하는데 좀 지나보니 어머니란다.-_- 그냥 자칭 어머니인지 정말 어머니인지 조금 더 지나보니 알겠다. '강도'가 어머니의 존재를 받아들임 이후 그는 소통하고 주고받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자기도 모르게 나무를 심고, 뛰어가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기도 한다. 초반 '강도' 그대로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 역시 사람을 움직이는 건 사랑이다. 뭐 새삼, 인간이란 이런 존재.
키워드는 관객 각자 뽑아내기 나름이다. 영화 대사로 나오는 용서, 증오, 복수, 등등 중에서 골라도 괜찮겠지만, 난 사랑. 정확히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꼽겠다. <인셉션>에선 아예 핵심 대사로 나오고 최근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에서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주로 많은 영화의 뿌리가 됐는데, 아버지는 등장은 커녕 존재 여부조차 배제하고 이렇게 '어머니와의 관계'에만 집중해 깔끔하면서도 단순하진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할렐루야 어쩌고 건물 길 건너 사는 '강도'와 그 어머니라는 여자를 보면서 성모마리아마저 떠올랐다면 지나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