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Total
Recent Comments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BelLog™

모비딕 - 주연상? 조연상? 수상 예감! 본문

영화

모비딕 - 주연상? 조연상? 수상 예감!

Johnny_C 2011. 6. 14. 23:39

처음에 만들고 편집할 땐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며 시작하고 싶었을 텐데, 예고 및 홍보로 폭발 장면을 이미 잔~뜩 보여줘 놨기에 첫 장면부터 '왜 안 터지지?' 하는 긴장으로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나를 포함해 많은 관객이 예고편을 먼저 봤을 테고, '예고편을 내가 안 본채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중 감상(이런 표현이 맞는진 모르지만)으로 시작하게 됐으니 드러난 것과 속뜻이 다를 수 있다는 주제가 별 노력 없이 시작부터 잘 와 닿았다. 과연 의도였을진 모르겠지만.

첫 장면을 포함해 촬영지가 어딘지 관심도 많이 갔다. 강 건너자마자 놀이공원이 있는 그런 곳은 난 모르겠지만, 청평쯤이나 최근 공사한 경춘 고속국도 다리쯤을 이용한 것 같았다. 또 오랜만에 본 배우 이경영 사무실이 옛 한국일보 본사 자리인지 미술관으로 리모델링 중인 옛 보안사 자리인지 공사중인 장소들을 잘 활용한 것 같다. 마침 둘은 근처이고, 그 사이는 또 마침 지금도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인데 결코 장소 선택을 대충하지 않은 티가 팍팍 났다. 명인일보라고 칭하긴 했는데 초록 차량 색도 그렇고 한국일보를 모델로 한지 뻔히 다 보였다. 너무 뻔한 걸 알긴 알았는지 마크만 살짝 동아일보 비슷했던 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94년이라면서 그 자리에서 경복궁 너머 청와대가 훤히 보이는 것은 실수였다. 옛 조선총독부를 철거한 것은 그 뒤였으니까. 그리고 서울 정도 600년이라고 시내 곳곳이 그 마스코트들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그만 깜빡한 모양이다. 동호대교 건너는 장면 보면 주변 차들도 당시 차들로 다 준비한 정성에서, 당시 환경을 살리는 데에 신경 쓴 티가 많이 나는데, 작은 것은 살렸어도 큰 것들은 미처 생각을 못한 게 못내 좀 아쉬웠다. 그리고 치명적으로, 당시 신문은 아직 세로쓰기였다!

동호대교는 붕괴했던 성수대교 바로 옆이기도 하니, 무너진 발암교에 연결하면 영화에서 한강 건널 다리 선택은 아주 잘한 것 같다. 이 다리는 시내와 압구정을 연결하는 다리인데, 당시 그 동네 오렌지족을 연상시키는 흰색 그랜저를 타는 부동산 친구는 티코와 대비도 그렇고, 옷과 차는 있어 보이면서도 돈 가지고 투덜대고 컨테이너에서 지내며 아줌마들과 도박도 하는데 강남 개발의 단면을 보여주려고도 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래저래 배경에 대해 '생각'은 많이들 했는데 '기억'은 잘 못한 듯.ㅋ

그리고 이 영화는 한문에 관심이 많았다. 발암교 다리 이름은 암이 발병하는 것을 생각나게 했는데 손 기자의 딸이 소아암이라기도 한 한편 사회의 암적 존재가 누굴까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초기에 누런 봉투에 씐 이래창(李來昌) 이름은 굳이 한자가 둘이나 정확히 같다는 것을 모르더라도 비슷한 발음만으로도 당시 여당 총재를 떠오르게 한다. 그분이 암적 존재란 뜻은 아니고, 그냥 당시를 나타내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서 좋은 효과를 낸 것 같다.

배우들 연기는, 김민희 영화는 전에 제대로 본 게 없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모르니까 제쳐놓더라도, 다들 훌륭했다. 황정민은 '역시'라는 생각에 물오른 것도 정도가 있는데 이쯤 되면 완전히 꽉 차게 오른 것 같고, <트럭>과 <이끼>에서 각각 굉장히 인상 깊었던 진구와 김상호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상호 이 분은 처음엔 기사 작성이 너무 빨라서 의심을 품게 하지만 결국 죽음을 당한 점은 궁금증이 남는다. 여주로서 촬영 분위기를 잘 풀어줬을 김민희도 앞으로 많은 작품에 나와서 잘 지켜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또 이름 아직 모르는 사찰 멤버 중에 덩치 있는 남우와 요즘 신기생뎐에 마담으로 나오는 그분과 또 제주 가는 비행기 승무원 등도 인상 깊었다. 그 승무원은 옆 모습밖에 못 봤어도 전에 그, 고수랑 강동원 나온 뭐더라... <초능력자>에서 마지막에 스튜어디스로 성공해 전철을 타고 가버리더니 재밌게도 여기에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 나타난 것 아닌가!?ㅋ 연말 영화제에서 이 작품에서 주연상이든 조연상이든 누군가가 분명히 수상할 것이라 감히 점쳐본다.

배경 음악도 조금 아쉬웠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도 들어갔던 '미완성'이라고 부르는 슈베르트 교향곡 8번 1악장을 조각내 여기저기 넣었으면 많이 어울릴 것 같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 왜 이리 말이 많고 아쉬운 점 투성이라냐? 대체로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아쉬웠던 점을 다 적다 보니 이리됐다. 아쉬운 게 많으면 적기 귀찮아서 쓰지도 않는다.ㅋ 실체를 굳이 누구라고 규정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누구를 영화가 정해 드러내서 응징한다거나 뭐 이러지 않고 깔끔한 마무리도 좋았는데 다만 너무 갑작스럽긴 했다. 페이드아웃이나 고래가 있던 망망대해를 비춘다거나 어떤 마무리 효과가 있었다면 너무 갑작스럽단 느낌 없이 좋았을 것이다. 연말에 어떤 상을 받을지 기대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