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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 라하브 샤니 김봄소리 본문

공연

로테르담 라하브 샤니 김봄소리

Johnny_C 2023. 6. 20. 03:41

팬데믹 깨부수기로 올해 콘서트홀을 두 번째로 틈틈이 노리던 중, 워낙 접근성 좋은 곡들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김봄소리에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이런 프로그램이라니 부담 없이 월초에 예매했다. 롯데콘서트홀 합창석 1열 시야 방해 자리인데, 어차피 뒤통수라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입장해 보니 이게 웬 떡이람, 악기 배치가 보통 알던 것과 달리 베이스가 통상 배치와 정반대 쪽에 있는 등, 그래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료를 읽어보니 팬데믹 중 단원 간 거리 두기 때문에 부채꼴 아닌 원형 배치로 있었다는데, 그 영향으로 연습 때 익숙하던 배치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일까 짐작한다. 합창석임에도 스테레오 좌우가 바뀌지 않은 듯이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설렘이 커졌다.

김봄소리는 9년 전 차이콥스키 협주곡으로 부천 필과 봤었다. 그때는, 주목받는다, 입지를 굳힌다, 핫한 스타다, 등의 표현만 몇 해 따라다녔었다. 이미 세계적 연주자였지만, 그 사이 음반 레이블은 무려 DG 전속이 되는 등 지금은 위상이 또 달라진 느낌인데, 1악장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묶지 않고 풀어둔 생머리를 퍼포먼스에 활용하는 듯도 보였고, 연주 기교 좋다는 말만으로는 도리어 무례할 것이고, 내 기억 속의 이미지와 과거 수식어로부터 꽤 달라져 있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핫한' 지휘자 라하브 샤니 옆에서, 리드할 땐 하다가도 요구받을 땐 맞춰주는 센스있는 협연력에서도 더할 나위 없었다. 아, 응원하던 아티스트의 이런 현재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뿌듯하고, 고맙기도 했다. 서정적이면서도 소위 베토벤스럽다고 하는 브람스 곡과 궁합이 맞아 그 연주력이 극대화되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김봄소리 베토벤 협주곡은 어떨까, 언젠가 들어보고 싶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내 자리 때문일 텐데, 바이올린이 연주자 머리에 가리기도 했다가 내 시야에 드러나기도 했다가 하면서 반사음만 들리다가 직접음이 트이기도 하고, 그 때문이었는지 순간순간 소리가 뭉그러지는 것도 같았다. 앙코르는 바체비치 폴란드 카프리스와 바흐 파르티타 2번 3악장 사라방드라는데, 바체비치는 잘 듣는 게 아니고,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배경음악으로 쭉 이어서 들어 버릇하니, 솔직히 앙코르는 알려주지 않으면 보통 잘 모른다. 그래도 오케스트라 없이 홀로 자유롭게 하는 앙코르에서 역시 연주자의 매력 특성이 더 드러난다. 마치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선 보일 것만 보이다가도 타결 후 술자리 가서 흘리는 실언처럼! 거기서 적당한 야심이 여전히 느껴진다. 그 야심을 나를 포함한 관객들이 다들 느꼈는지, 3번째 앙코르를 기대하는 박수를 계속 쳤으나, 다른 발걸음으로 나와 악장 분께 슬쩍 얘기한다. 그만 일어나주십사, 왜 계속 안 일어나고 앉아 계시느냐 투정인 셈인데, 그 악장 분도 관객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인터미션엔 오케스트라 자리 배치가 좀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비창' 실연이 난 처음이었다. 간단히 기존 취향은, 어릴 적의 유진 오먼디가 리듬으로 끌어내는 듯한 연주를 기본으로 삼고, 이에 대비되게 멜로디에 집중하는 듯한 번스타인을 좋아한 것은 성인이 된 다음이었다. 므라빈스키는 안 그래도 추운 차이콥스키인데 너무 차갑다. 요즘 연주 트렌드가 비교적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 거다 보니, 이번 라하브 샤니도 젊은 지휘자로서 두다멜 스타일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하여 번스타인 선호의 내 취향은 아예 접어두고 있긴 했다. 역시나 요즘 지휘자다운, 유려하게 흘려보내는 템포와 흐름,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흘려보낸다. 그런데 오히려 예상보다 섬세함에 연주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 못했던 방향에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대체로 오보에를 위시한 바순 등 목관들이, 내가 이번에 자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인상적이었다. 앙코르는 엘가 님로드 이것도 좋았다. 이번 음악회의 여운이 꽤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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