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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월광, 황제,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 본문

공연

베토벤 월광, 황제,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

Johnny_C 2023. 2. 26. 01:00

팬데믹 시국으로 공연 못 다닌 지가 어언 4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문득 거의 바로 갈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불과 일주일 후 금요일에, 롯데콘서트홀에서 하는 게, 워낙 익숙한 곡들인 데다가 세계적 명연주자 기획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볍게 리프레시할 수 있어서 뚝딱 예매했었다. 어차피 귀가 많이 죽어있을 거라서 자리도 별로 개의치 않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10층으로 잡았다.

베토벤은 성신여대 초빙교수라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월광'이라고 널리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14번으로 손 풀기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소위 삑사리가 있었고, 다소 조급한 느낌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레코딩으로 자주 듣던 곡을 라이브로 듣는단 것만으로도 기분이 괜찮았다. 이어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최영선 지휘자의 입장 후 '황제'라고 알려진 피아노 협주곡 5번은 시작 직후엔 협주가 안 맞는 것도 같았으나 이내 곧 맞아졌다. 앙코르는 '비창'으로 알려진 소나타 8번 2악장이었는데 사실 이게 더 마음에 들었다.

휴식 후 윤아인의 입장은 에메랄드빛 드레스 때문에 열대 바다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었다.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됐다. 사실 앞의 베토벤과 썩 어울린다고 할 순 없으나, "고전과 낭만 사이"라고 타이틀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겠다. 곡 전체는 앞선 베토벤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다만 얼음공주 느낌으로 신체의 움직임이 통상 많이 보던 피아니스트들보다 적었다. 물론 스태미나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큰 움직임이 있었지만, 거의 꼿꼿하게 앉은 상태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마도 이것이 러시아의 색깔이 체화된 것일까 싶기도 했다. 어쩌면 할리우드식 오버액션을 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정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집중할 곳에 집중하고 뺄 곳에 빼는 느낌이었다. 그래, 사람이 어떻게 항상 불태우며 살 수가 있겠는가. 굴곡이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중동이었다. 나는 박수갈채를 이 마지막 곡에 가장 크게 쳤다. 앙코르도 역시 마음에 들었다.

롯데콘서트홀 10층 음향은 사이드 좌석이 불만스러웠던 예전의 기억에 비해, 이번엔 사이드 아닌 가운데라 그런지, 생각만큼 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내 듣는 귀가 죽은 걸 수도 있겠다. 올해부턴 다시 슬슬 다니면서 내 귀가 회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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