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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본문

공연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Johnny_C 2019. 8. 30. 03:14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날짜는 주연으로 본 적 없는 김리회로 골라 도전했다. 도착할 때쯤 기습 폭우가 쏟아져서 우산 없는 많은 관객이 비를 맞았는데, 나는 하필 젖으면 거지꼴이 되는 복장이라 좀 민망했다. 또 우면산 산사태 같은 일이 다신 없길 바랄 뿐이었다.

5년을 기다렸다. 4년 전 공연이 있었지만, UBC 버전 먼저 보겠답시고 참고 넘겼었는데, 그땐 이만큼 기다려야 했을 줄은 몰랐었다. 그러다가 국립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을 드디어 접한 것이다.

3년 전에 접했던 UBC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버전이 해피엔딩이었고, 볼쇼이 라인의 국립발레단 버전은 해피엔딩이 아닌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렇게 예상했던 엔딩도 아니었거니와, 엔딩 임팩트가 없이 스리슬쩍 거의 음악으로만 상황이 넘어가고 금방 끝나서 당황스러웠다. 아니, 정확하게는 끝나고 나서야 돌이켜보니 당황스럽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UBC가 바로 딱 내가 갔던 그해만 빼고 다 새드엔딩이었다네?! 그럼 이젠 UBC 것을 또 기다려야겠다. 왠지 놀아나는 기분도 드는데, 기분 나쁜 놀아남이 아니고, 그런 핑계로 반복해서 나중에 또 간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오페라하우스나 콘서트홀에 있으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테니스를 코트에서 구경할 때와 함께, 내겐 세상에 몇 안 되는 최상급 행복이다. 만약 내가 이런 문화적 풍요가 부족한 소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면 답답해서 어떻게 살아갈까, 가끔 걱정될 지경이다.

그래서 발레 쪽 갓 입문했던 시기에 여기 글들은 무대가 어쩌고 누가 저쩌고 등 내용도 많았는데, 지금은 내 행복에 더 집중한다는 것 말고도, 그 기록들이 이미 나만의 바탕 자료 역할을 하기 시작하여 중복될 것 같은 얘기를 생략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너무 오랜만에 띄엄띄엄 다니니까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 면도 있다.

참, 2막이 갓 무르익어 관객이 긴장을 좀 풀고 디베르티스망에 들어가 부담 없이 즐기기 시작할 즈음, 외국 공주의, 시녀는 아니고 문화사절단이라고 봐야 하나? 그중 하나가 누구에게나 눈에 띄었을 실수가 있었으나, 넘어지지 않았고 탄식할 틈도 안 주고 프로답게 자연스레 돌아와 계속하는 걸 보니 다행이었다. 살짝 부상이었는데 아픈 티 안 냈을 수도, 혹시 모른다. 나중에 붓지 않아야 할 텐데, 퇴장할 때 보통 때보다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사족으로, 그나저나 그 무대 바닥에 줄이 원래 있었던가? 가운데 십자 점 정도만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백년옥은 영업 더 늦게까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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