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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지젤 본문

공연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Johnny_C 2014. 6. 15. 20:38

지난 겨울 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스페셜 갈라 무대 이래 다음에 볼 작품으로 이번 <지젤>(캐스팅)을 기다렸다. 갈라 때 이 사람 저 사람 다 조금씩 맛을 봤던 탓에 특색이나 사연도 알아버려서, 누구 하나 안 궁금한 사람이 없으니 날짜 회차 고르기가 점점 행복한 고민이 되어가는 와중에, 마침 갈라 때 못 봐서 아쉬웠던 김나은이 있었다. 갈라 때문에 초대됐던 걸로 알았던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 수석은 아예 말뚝 박는 건지 몰라도 언젠가 갑자기 못 볼지도 모른다.

문훈숙 단장님의 10분간 해설 후 막이 올랐는데, 달랑 줄거리만 알던 상태에서 나중에 보다 보니 시작 전 설명이 정말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 위에 LED로도 특정 장면에서 간단한 대화는 보여줬는데, 어차피 상대적으로 고수 관객은 아래층에 앉고 초보가 위층에 앉으니 아무래도 대중성으로 더 다가가려면 그렇게 계속 하는 편이 좋겠다.

미처 안경을 안 챙겨서 표정은 잘 못 보는 걸 두고두고 아쉬워하면서도 1막에선 김나은, 이고르 콜브, 이동탁 등 주역이 이끄는 흐름 외에도 화려한 복장과 간단한 동작으로 의사표현 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바틸드 등 화려한 인물은 몸도 잘 안 보였지만, 1막 내용상 그러려니 했다. 땅 가까이 훑는 게 귀신이 될 거란 뜻이라거나, 한 팔을 쭉 뻗고 다른 팔을 한 바퀴 돌려 손등 반지쯤을 가리키는 동작이 결혼을 뜻한다는 게 특히 재밌었다. 지극히 서양다운 와인 오크통이 카트로 나왔을 때에는 자막에서 지젤을 무슨 지방 축제처럼 '포도 아가씨'라고 한국적으로 표현한 건 외국인들은 알 수 없을 또 다른 재미였다. 1막 마무리는 지젤이 칼로 자살하는가 했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남자들 덕분에 실패했으나 심장이 원래 약했던 것 때문에 결국 쓰러진 모양이었다.

한가지 짚자면, 전면에서 좌우로 셋씩 횡대로 춤을 출 땐 (파 드 시스) 도중에 자리가 서로 바뀌기도 했지만, 원래 가운데에서 왼쪽보단 오른쪽이 리드 역할인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오른쪽이 더 능동적으로 보였다. 2막 군무 때도 위층에서 봐선지 막상 동작이 거슬리는 무용수보단 열 벗어나는 게 더 보였는데, 군대 덕분에 정확히 대열을 맞춘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2막에서는 푸르스름한 톤의 빛과 연기로 연출된 처녀 귀신들의 무대에 하얀 튀튀가 인상적이었다. 저 처녀 귀신 윌리는 총총거리며 옆으로 움직이는데 아마 발만 가리면 무빙워크에 서 있는 줄 알 정도로 스르륵 이동하는데 짧은 거리도 아니고 무대의 반이나 그러니 참 신기했다. 옆으로 상체를 90도 이상 완전히 꺾는 것도 그랬다. 사람이 아닌 진짜 귀신 같았다. 무용수 중에는 귀신 대장 격인 미르타(김애리)도 동작이 마음에 들었고 아까 바틸드로 봤던 한상이는 리드 윌리로 또 수고해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작품에서는 2막 애틋한 귀신으로 바뀌기 전 1막 내에서조차 순수녀에서 반대로 확 돌아버리는 타이틀롤 지젤의 감정선 흐름을 타면서 전체를 끌고 가는 그 중요성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지젤을 본 적이 없지만, 김나은은 무난하게,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전체를 통틀어 신경 써서 봤던 건, 1막에 사람은 손끝부터 자연스럽게 먼저 움직이는데, 2막에 귀신은 축 늘어져 팔꿈치부터 올라가고 손끝 동작은 나중에 따라온다는 거였다. 전체 연출도 무대 현장 공간을 여백을 포함해 알차게 꽉 채워 잘 활용한 느낌이었고, 아마 첫 소품 꽃잎을 일찌감치 무대 한가운데에 떨어뜨려 두고 안 치워서 좌표원점 삼는 모양이었는데 센스있는 방법이었다. 큰 짜임새부터 여러 동선과 타이밍도 쉽지 않았을 걸로 보였는데 작은 동작 하나까지 일일이 공들인 티가 역력했다. 잘 계산된 느낌이었다. 감상자인 내 깊이가 부족해 무대에서 표현한 의미를 일일이 이해하지 못했을 나를 질책해야 할 지경이다.

끝나고 인사하는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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