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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어스, 스타트렉 다크니스 본문
각각 금요일, 화요일에 봤다. 둘 다 미래 우주가 배경.
<애프터 어스>는 윌 스미스가 주연이긴 해도 극 중 다쳐서 앉아만 있고 아들이 액션을 하니 아무래도 아들 경력 쌓아주는 영화로만 보였다. '내 아들 이전까진 몰라도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서부턴 슬슬 성인 연기자로 봐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영화. 나이트 샤말란 이 이름은 언젠가부터 신경 안 써야지~ 했다가도 나오면 또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여전히 있긴 하다. 이번엔 그 뭐냐, 우루사인지 얼사인지가 어떻게 됐느냐, 어디에 있느냐를 써먹은 것 같은데 다른 거리가 없으니 그게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어서 나이트 샤말란 영화로서 특별한 재미는 별로 없었다. 특별함이 없으니 4K 화면이라는 걸로 만족해야 하나 싶지만, 그것조차 실은 잘 구별하지 못하는 눈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그냥 2D CG의 정점에 있는 영화랄까. 역동적인 것도 별로 없는데 정적인 영상들을 당당히 드러낸 4K 영화. <7광구> 떠올랐다.
내용을 뜯어보자면 부자 관계와 두려움의 극복이라는 두 주제가 보였다. 싸울 것은 외부의 상대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공포라는 얘기가 핵심이다. 참신하진 않은 얘기지만, 윌 스미스는 마치 어록 만들 듯이, 심어주려는 듯이, 아주 똑바른 발음으로 인상 깊은 대사를 남겼다. "~danger is VERY real, fear is a choice." 적어놓고 보니 'er' 음률도 아주 시적이구나.
<스타트렉 다크니스> 이건 원래는 볼 생각이 없었다. 시리즈 전체가 큰 범주에서는 몰라도 정확히 내 취향은 아니라서다. 굳이 찾아보진 않고 누가 보자고 하면 같이 볼 수는 있는 정도. 어쨌든 '스타트렉'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TV 채널 돌리다가 요즘 이거 개봉 때문인지 '더 비기닝' 편을 자주 하길래 결국 '이 기회에 어디 볼까?' 하게 됐고 이번 편도 보게 됐다. 제이제이 에이브람스 그 이름에 끌리기도 했다.
우주가 배경이긴 하지만 엘리트 순종과 우성 혼혈이 티격태격하면서도 러시안, 아시안, 아프리칸, 등등 적절히 다양한 구성원 이끌고 한 목적을 위해 잘 화합해 나간단 게 시리즈 큰 줄거린가 본데, 딱 봐도 너무나 쉽게 미국 사회에 이입된다. 영국 위주 청교도들이 건너가서 독립하긴 했는데 자기네도 민족 평균이 실은 우성 종족이 아닌 줄은 아는 그들이, 외부 문화와 슬슬 섞이고 이를 인정하는 멜팅팟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현재 최강국으로 설 수 없었을 거란 걸 미국인들도 아는 걸 게다. 어, 그래 참 좋은 미국 영화다. 화려한 눈요기, 미래 기술 상상, 이성과 감성의 대립에서 나오는 '인간적'이란 것에 대한 고뇌, 질투와 화해, 믿음과 의리와 동료애? 아니 박애, 등등 매력 요소가 잘 뒤섞여서 인기 있을만하겠더라. 하나씩 풀어보자면 할 말은 끝도 없이 나올 거라 줄줄 늘어놓긴 귀찮은데 하나만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쭉 나올 텐데 한국에서 이 시리즈가 단지 등등의 매력으로만 인기를 끄는 것을 넘어서 미국 사회에 이입되는 저 구성 환경도 다문화적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많이들 그렇게는 봐줘야 지금 스크린 점유율만큼 값어치를 한다고 본다.
이번 편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는 <데몰리션 맨>이다. 꽤 좀 된 영환데, 산드라 불록 풋풋했을 때 똘똘한 여경으로 나와서 실베스타 스탤론 도와 웨슬리 스나입스 잡으러 다니는 영화. 냉동 감옥 죄수가 나왔는데 경찰이 과거형 범인을 잡질 못해서 그 스타일에 맞는 경찰을 소환해 다시 잡으러 다닌다. 이 영화가 아직도 매력적인 게, 제작 당대를 영화 속 과거로 하여 미래 시점에서 만든 영화기 때문에 지금 봐도 옛날 영화 같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