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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 (2012) - 원작 모르면 스포일링 본문

영화

토탈 리콜 (2012) - 원작 모르면 스포일링

Johnny_C 2012. 8. 16. 01:54

배트맨 시리즈 복습이 대세였던 얼마 전, 내가 복습한 건 여전히 명작으로 남아있는 이 동명의 1990년작 DVD였다. 22년이 지나 리메이크 된 이번 작품은 어디서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일단 요즘엔 예전처럼 소수의 스타 배우가 있는 게 아니라 누가 톱이랄 것도 별로 없어져서, 배우 이름의 힘은 강하게 오지 않는다. 전작에서 붉은 화성을, 난 냉전 말기 미국의 개척 대상 소련으로 봤었는데, 이번엔 동서양 문화가 융합된 연합국과 식민지로 나뉘었다. 초반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미래' 설정이 현재 시점에 맞게 바뀐 정도. 후반은 큰 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초반보단 많이 바뀌었다.

리메이크를 떠나서, 내용 얘기를 좀 하자면, 일단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 보니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인류 운명을 건 주적이라는 설정은, 이보다 더 슬플 순 없다.ㅠ

"If I'm not me, then who the hell am I?"라며 과거를 한참 더듬던 주인공은, 결국 그 답을 기억으로 완전히 되찾지는 않았지만, '믿음'으로 나머지를 채우며 "내가 누구였는진 모르지만 지금 내가 누군진 안다."에 이른다. 과거가 나를 규정하지도 않고, 과거 없이 현재의 내가 있을 수도 없을 것이지만, 적당한 과거 인식과 그를 바탕으로 한 현실 중시가 누구든지 뭐든지 적절히 조화되면 좋을 것이다. 내가 써놓고 봐도 멋진 말이다.ㅋ

미처 그 믿음에 확신이 생기기 전, 직장 동료와 여자 하나는 어느 쪽이 꿈과 현실이든 주인공의 두 삶 중 한쪽의 상징으로 양옆에 서게 되며 둘 중 하나를 쏘아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데 여기서 '오~ 제발~'하면서 초긴장. 다양성을 상정하지 않고 이분법적 설정이 맘에 들진 않지만 영화에선 그리 정했으니 그 안에서만 얘길 해보자면, 그런, 심리전에 말리지 않고 제한된 정보로 어느 쪽이 현실, 진실, 선, 옳음이고 꿈, 조작, 악, 그름인지 판단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선 감과 믿음에 의존해야 하는 아주 인간적인 모습. 결국 어디가 맞는가는 둘째 치는 것이고 자신의 믿음에 따른 행동 선택이 그 영화에서의 나머지 미래를 만들어갔는데, 나도 할 수 있을까? 만약 나도 딱 그 상황이라면, 역시 도박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은 같다. 주인공은 혹시 그때 '에잇~ 이쪽이 현실이고 진실이고 옳은 건 알겠는데, 사랑한 저쪽 부인이 예쁜데 어쩌지?' 이런 고민하고 있던 건 아니겠지?ㅋ 영화에서 그랬단 건 아니지만, 그냥 재밌는 상상 해봤다.ㅋ

현실과 신경에 관한 얘기, 꿈과 무중력, 다시 프로그램되는 로봇들, 배터리를 뽑아버리는 것(아이언맨 심장?), 등으로 떠오르는 영화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누구라도 빼먹지 않고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거기선 비록 정장 입은 역할이었지만 출연도 했었잖은가. 도로 차량 장면과, 현실을 선택해 미래를 바꾼다는 주제마저 맞닿는다. 이번 2012작 안에서도 주로 '더 폴'이라는 지구 핵 관통 교통수단이 따질 부분이 많은 것에 비해, 자기부상 차량 주행과 그 도로 탈출 장면만은 이 영화의 공상 과학 부문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현성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강렬함이 덜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형은 고속주행 중 유리창을 깨고 맨몸으로 탈출하는 아날로그식이었기에 강렬한 장면으로 남았는데 <토탈 리콜> 2012작에선 그냥 시간만 흐르면 나중엔 분명히 가능할 것 같은 해결로 장면을 마쳤으니. 꼭 이 장면이 아니라도 심지어 1990작보다 강렬한 인상이 덜하다. 1990작에선 시작 악몽부터가 미지의 화성에서 데이트 산책?하다가 지극히 인간적 실수인, 발을 헛디뎌 추락해 헬멧이 깨져 이목구비가 부풀어 오르는 아주 강렬한 시작으로부터 영화 내내 긴장의 바탕이 됐었는데, 2012작 시작 악몽에서 새로운 것이라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SF적 전기 체포망 총? 이런 걸로는 그저 '아~ 내가 보는 영화가 SF 액션 장르 맞구나.' 하는 정도밖엔 안 됐다.

그런데 부분을 뜯어보면 이렇지만, 전체를 다 보고 났을 땐 박수 칠 뻔했다. 한창 빠져들어 보고 있노라면 리메이크란 건 후반엔 거의 잊게 됐기에.

가끔 시리즈 꿈을 이어서 꾼다. 같은 장소도 나온다. 거기가 어딘진 모른다. 그 시리즈 꿈을 기다리기도 한다. 오늘 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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