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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 영생의 가능성을 엿보다 본문

영화

인셉션 - 영생의 가능성을 엿보다

Johnny_C 2010. 7. 30. 19:47

소장하고 있는 DVD '메멘토'를 최근 다시 보며 같은 감독의 영화를 볼 준비 과정을 거쳐서 극장엔 어제 아침에 갔다.ㅋ 원래 '솔트'도 보고 한꺼번에 글 쓰려고 했는데, 요즘 한가한 건 아니라서ㅋ, 다음 주에 봐야겠다.

일단, 영화 도입부에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에잇, 난 내가 꿈꾸는 동안 꿈속이란 사실조차 못 알아차릴 때도 있는데!" 였다.ㅋ 아무튼 나의 전체 소감은, 난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기억으로부터 정말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았던 궁금함은, 꿈 레벨이 전체 5단계까지였을까, 6단계까지였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추가 멈출 것인지, 계속 도는 것인지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어쩌면 우리 삶 전체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단 암시를 했는데, 인생무상이라거나 덧없는 과욕을 부리지 말자는 뜻으로도 받아들이고 싶다.

잡다한(?) 궁금점이 몇 있는데, 동시에 꿈에서 깨우는 신호를 '킥'이라고 했는데, 왜 그 용어를 선택했을까 하는 점이다. 설명하는 장면에선 그냥 옆 의자를 넘어질 뻔하게 걷어차며 이것이 '킥'이라고 보여주고 말았지만, 뭔가 다른 깊은 뜻이 숨어 있을 것 같다. 또 추는 왜 '토템'일까? 그 용어를 처음 듣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건 국사 시간에 배운 '토테미즘'이었다. 내가 배운 기억이 맞는다면 동물을 숭배하는 것인데, 아마 인간의 내면 깊이 들어가면 결국 동물적 본능과 마주하게 되니까 이런 용어를 쓴 것일 거라 추측한다.

아, 그리고 코티아르 주연 '라비앙 로즈' OST가 반가웠다. 그 노래를 '킥' 신호로 한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라비앙 로즈'를 본 사람이라 이 노래에 깃든 스토리를 안다면, 이 선곡은 탁월했다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꿈속에서 죽으면 위 단계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인터넷을 비롯한 사이버 세상에 의존이 심해져 가는 현실 세계에 경고를 던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게임 속 캐릭터로 살인을 쉽게 하다가, 실제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마저 현실 감각이 없어서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사람들에게도 경고할 수 있겠다. 3D나 CG를 가능한 피한 감독의 의도가 안팎으로 배어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좀 우습지만, 레벨 2에서 '잘 때 하이힐은 좀 벗겨두지~' 하는 생각도 했다.ㅋㅋㅋ

또 깊은 레벨에선 짧은 시간이 길단 점에서, 영생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도 해봤다. 수천 년 썩지 않은 미라가 깨어나 저주를 한다거나, 불로초를 구하던 진시황도 떠올랐는데, 미라가 썩지 않는 것은 그 미라가 죽은 게 아니라 깊고 깊은 꿈속에서 무한대에 수렴하는 시간을 보내며 영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여기고 보면, 그런 미라에게 킥을 날려?! 잠에서 깨우면 영생을 앗아갔으니 저주를 할 만도 하겠다. 어찌 보면, '다크 나이트'에 '히스 레저'도 이미 그 명작 속에서 영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진 않을까?

보통 다른 영화는, 지금처럼 떠오르는 순서대로 일단 글을 쓴 다음에 순서를 재배치하는 편집 과정을 거쳐 글쓰기를 마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편집하지 않고, 좀 뒤죽박죽 같지만 그대로 올리려고 한다. 내가 크게 느낀 것과 작게 느낀 것이 어차피 모두 해석의 결과일 터, 굳이 이 영화를 두고 글을 완성한다는 것은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글 쓰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떠오른 것을 그대로 드러내 보임이 이 영화에 어울리는 영화평일 것이다.

 

* 이하 2013년 8월 23일 덧붙임

금요일 밤 OCN에서 하길래 두 번째로 보았다. 그리고 처음 봤을 때 쓴 이 글을 찾아봤다. 마지막에 코브(디카프리오)가 아이들을 만난 게 현실인지 그것 또한 꿈인지는 토템이 멈추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기 때문에, 마치 <매트릭스>에서 빨간약과 파란약 중 뭘 선택할 거냐고 물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남겼었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현실과 진실을 직시할 것인가 아니면 행복하기만 하다면 현실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은가라는 깊이 있는 질문. 이 주 메시지는 두 번 본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다.

전에는 그 마무리가 현실이든 아니든 메시지가 중요하지 영화 속 논리는 중요치 않다고, 그걸로 됐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 또 보니 메인 스토리 전체가 사이토(와타나베)의 계획적 꿈이라고 보게 됐다. 꿈의 바닥이라는 '림보'에서 왜 사이토만 늙어 있는가? 이에 대해 코브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영화 끝까지 버리지 않았으며,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를 처음에 소개해 준 마일스(마이클 케인)가 공항에서부터 마중하며 코브 집으로 함께 가 아이들에게 안내하는 걸 굳이 카메라 뽀샤시하게 담은 것, 또 그가 소개했던 아리아드네가 여러 단계 꿈에 걸쳐 코브가 아내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게 찰싹 달라붙어 다니던 것, 등등이 종합되면서 그런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니까 영화에 나온, 사이토가 코브에게 의뢰를 하는 것 자체부터가 이미 사이토의 꿈속이었던 것이고, 현실에서는 사이토가 코브를 뒷조사하면서 아내에 대한 집착이 있단 걸 알게 되고 그것을 이용하기로 계획을 세우면서 팀원으로 아리아드네와 마일스 등등이 투입됐을 거란 거다. 킥에 의해 깊은 꿈에서 한꺼번에 깨어나더라도 그 진정제를 먹는 곳이 이미 스스로 꿈이란 걸 인지하지 못한 꿈속이었다면 아마 진정제를 먹는 그 단계까지만 깰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현실에서 먹은 진정제가 아니므로 생리적 작용은 일으키지도 않았을 테니까, 심리적으로만 그 약을 먹고 잘 때 킥을 느끼면 약을 먹은 그 단계까지만 깨어날 거란 의식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딱 사이토가 의도한 단계까지만 깬 거라고 본다.

위에 적은 내용이 나의 상상이 아니라 감독이 그렇게 생각하고 관객에게 이렇게 제시한 거라고 본다. 이 내용을 프리퀄로 만들 수도 있겠다. 요즘 프리퀄 만들기 유행이잖은가!?

뭐, 영화 내용은 그렇고, 나라면 어쩔 텐가 적어보자면, 나도 행복을 위해 안주하진 않겠다. 꿈이든 행복이든 모두 현실에 바탕을 두고 나올 수 있을 것이므로 조금은 덜 행복할지라도 고단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대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들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많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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