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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더 재킷, 점퍼 본문

영화

터미널, 더 재킷, 점퍼

Johnny_C 2013. 8. 11. 15:05

<터미널>은 당시에 못 본 걸 계속 못 보다가 주중에 드디어 봤다. 공항은 배경일 뿐, 사람 사는 잔잔한 에피소드를 모아 극 하나를 잘 만들어 냈다. 악역 캐릭터가 영화를 위해 나중까지도 필요 이상으로 악덕한 건 좀 부자연스러웠다. 약 십 년 지났는데 톰 행크스나 캐서린 제타 존스 등 배우들이 어찌 보면 별로 안 늙었다고도 할 수 있고 또 어찌 보면 세월이 흐르긴 흘렀다. 나도 공항에 장시간 체류할 땔 생각하면서 끽끽대면서 봤다. 난 입국 심사 문제는 아니고 저렴한 환승을 위해 자초한 일이긴 하다. 내 최장 체류 시간은, 새벽 5시 반쯤부터 밤 10시 반쯤까지였으니, 17시간이었는데 최근 NSA 폭로 건으로 시끄러운 스노든 그 사람이 머물렀던 SVO 공항이었다. 그 공항이 그렇게 작고 할 거 없을 줄은 가본 적이 없었으니 모르고 그랬는데 알았으면 비행 계획 그렇게 짜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온 JFK 공항이나 인천 공항 정도면 황홀하지! 난 의자에서 짐들을 손발에 엮고 두어 시간밖에 기다리지 않은 척하고 자리 옮겨가며 잠을 나눠 자기도 하고, 캐비어를 흉내만 내서 만든 싸구려 식사 한 끼는 먹었고, 신문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그러기는 했는데, 이 영화에선 승무원을 꾀다니! 하긴 시간이 훨씬 많긴 하지.

미국 비자는 조금만 알아보면 돈을 많이 내야 하거나, 자국에 이득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순 있지만, 자기네 독립선언서를 되새겨보면 자유로이 열린 나라란 게 코웃음이 쳐질 정도니. 괜히 순진한 외국인들만 오해받고. 그런데 실은 미국만 욕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진 게 국민 대다수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 보면 타국 욕할 자격은 안 된다. 하지만 내가 완벽하지 못 하다고 남 잘못된 거 말하지도 못할 건 또 아니니까.

금요일 밤에 본 <더 재킷>은 해피엔딩과 출연 배우들이 마음엔 들었다. 그런데 결국 주인공이 살아남았다는 걸 끝에 다 가서야 짧게 알아볼 수 있는 영화라면 주인공이 죽었던 미래는 단지 또 다른 상상에 지나지 않았음으로 치부해 버려도 그만이라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는다. 그냥 상상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만든 영화인 듯. 더 나중 영화지만, <소스 코드>가 살짝 생각나기도 했다.

<점퍼>는 어제 토요일 낮에 채널 돌리다가 마침 시작하길래 보게 됐다. 비현실성이 큰 건 별로 안 좋아하지만, 웜홀이나 전기로 막는 등 과학적 근거가 최소한은 받쳐주고, 특히 세계 곳곳을 볼 수 있다는 게 내겐 매력으로 작용했다. 보는 동안엔 별 생각할 게 없이 그냥 즐기면 되는 줄 알았고 정말로 그랬다. 나의 첫 반응은 '(좋아하는 배운데) 사무엘 L 잭슨은 분장이 저게 뭐람?'이었다. 그러다가 '아이고~ 콜로세움 저저~ 문화재 다 부수네~' 내가 틀어놔서 덩달아 보는 부모님은 대체 어느 편이 착한 편인지 모르겠다고 하셨고, 나는 '아이고~ 나이 먹으면 도로 애가 된다더니~'하고 놀렸다. 그런데 영화가 막상 끝나고 보니 부모님의 그 한 마디가 바로 영화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오호라 이게 바로 연륜에서 나오는 통찰력인가? 주인공은 은행털이나 연애질 등 소소한 욕심을 채우고 어머니를 찾는 등 개인에 집중하고 세계적 정의엔 무관심했다. 반대로 그를 쫓는 쪽은 세계적 정의랍시고 소소한 희생자들을 계속 추격하며 개인의 욕심은 접어둔 듯 보였다. 양쪽 다 주관에 일리가 있어 개인별 가치관에 따라 나름대로 이해할 만하지만, 어느 쪽이 옳다고 쉽사리 판단할 수는 없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대상은, 흰 머리 분장이 저게 뭐냐고 했던 사무엘 L 잭슨이 상황에 따라 CIA 등 이것저것 사칭한 기관들로 볼 수 있었다. 내가 굳이 인종 구분을 하는 게 아니라 불명확한 흑백(선악) 구분을 암시하듯 "블랙 가이 화이트 헤어?"인가 대사로도 있었다. 이 명확한 주제가 드러나길 바라면서 은근히만 감춰둔 간지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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