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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4편 본문

영화

최근 본 4편

Johnny_C 2013. 7. 14. 23:05

3일과 6일 그리고 오늘 각각 봤다.

<감시자들> 본 날이 개봉일이었다. 믿고 보는 주연들에다 줄거리도 궁금했다. 서울 곳곳이 나오는 게 좋았다. 그런데 걷거나 뛰는데도 동네가 순식간에 확 바뀌기도 하는 건 자연스럽진 않았다. 비록 영화라도 저렇게 기억하는 걸 보고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고 자위할 수 있었다. 잘 기억하는 법에 대한 힌트도 있었다. 처음 꽃사슴 리크루팅에서 반장님의 말씀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던가 뭐랬더라? 그랬는데, (내가 지금 본지 2주도 안 된 걸로 이러고 있는데 도대체 기억력이 좋다는 게 뭐람?) 눈으로 들어온 이미지를 글로 바꿔서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듯이 하는 게 아니라 그 이미지 자체를 사진처럼 램과 같은 임시 메모리에 기억하는 것이다. 단기 기억이겠지만 의식적으론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기억할 순 있다. 본 지 좀 됐다 보니 얘기가 산으로 간담? 이만 줄여야겠다.

<더 웹툰: 예고살인>은 6일이 토요일이었는데 식사 중 부모님의 급 제안으로 집에서 나가기 전 시간 맞는 것 체크하고 함께 보게 된 것. 영화가 특이했다. 제목처럼 웹툰이 원작인가? 첫 희생자 여 상관 표정 연기가 정말 만화에 나오면 잘 어울릴 얼굴이어서 조금 웃겼다. 스포일링이 좀 담기겠는데, 난 주연 이시영의 성공적 완전범죄였다고 본다. 마치 귀신이 한 것처럼 영화를 꾸몄지만, 한 단계만 더 생각해보면 마지막 건만 만화가 웹이 아닌 동굴 같은 벽에 그려진 게 그런 뜻을 표현한 거라고 봤다. 그나저나 복싱하는 배우가 연기하는 복서라고 해야한다는 말이 있더라니 그 말 다시 쏙 들어가겠다. 우수한 투잡족이다.

아래 둘은 오늘 연속으로 봤다. 먼저 <사이드 이펙트>는 기대 이상. 내 스타일이다. 주드 로는 <클로저> 떠올리게 했다. 강남에서 뺨 맞았던 걸 강 건너서, 아무튼 반대 형국이다. 거기선 자기가 낚은 극 중 의사에게 된통 당했는데, 이번엔 자기가 의사로 나와서 낚인 걸로 시작했다. 남녀 모두 보기만 해도 즐거운 네 주연에다가, 내용도 훌륭했다. 살인 스릴러 형사 사건으로 시작해서, 약효 안정성이 확실치 않은 약제의 식약청 승인과 그것이 로비였음을 은연 중 암시하는 포털 메인 거대 배너와 심지어 제약사 이름 새긴 펜까지 풍자, 그리고 정신과 의사들의 환자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비밀주의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 문제, 그것들이 법정 스릴러를 살짝 거치며, 판결과는 별개로 이미 망가진 이미지로 졸지에 다 잃어버린 의사와 그런 이미지 중시 사회의 일면, 그러나 특유의 스마트함으로 전모를 밝혀냄에 감탄, 그러나 일사부재리의 원칙 아래로 묻힐 것 같은 현실, 다시 전면전을 선포하고 펼치는 두뇌 대결, 그리고 드러난 최후의 반전. L도 아니고 둘 다 B인 건 처음 본 것 같다.(영화를 보면 무슨 말인지 앎.) 이렇게 적고 보면 굉장히 복잡하게 보이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 연결이나 조합이 끊어진다는 느낌 없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내가 저 각각 극 중 인물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렇게 저렇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소장하고 싶은 영화.

<론 레인저>는 조니 뎁도 그렇지만, 꼭 놓치지 않는 제리 브룩하이머. 몇 년 전부턴가는 시작할 때 번개표만 나오고 문자는 아예 빼버렸는데, 마치 '글자도 보여줘야 해? 번개만 보면 다 알잖아?' 하는 자신감만 같다. 그러니까 더 멋있다. 이 영화는 월초부터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는데 막상 내용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심지어 한 중간쯤엔 아주 잠깐이지만 살살 졸았다. 시작과 중후반이 스펙터클한 볼거리였는데 캐리비안과 해적이 각각 텍사스와 열차 강도로 바뀐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 시리즈 스타일이 그대로 이어진 것 같았다. 촬영 어렵게 했겠다는 게 그대로 눈에 보였다. 엔딩크레딧 보니 뉴멕시코 등등이라는데 아마 세트 아닌 실재 벌판에 철도 깔고 열차 기껏 세우고 나중에 부순 것 같던데, 쩝. 웨스턴 장르라면 다 떠오르긴 하는데 특히 최근작이라 그런지 몰라도 몇 달 전 타란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 생각도 났다. 그나저나 자막에 신경 좀 썼어야 했는데 대사가 'Indian'으로 나온 거나 다른 말로 나온 거나 다 '인디언'이라고 낸 점이 아쉽다.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생각났다. 당시엔 솔직히 많이들 싫어한 선생님이셨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중고등 선생님이면 나름대로 괜찮을 분이셨는데 초등 교사로선 다소 과격한 언행이 미움을 좀 샀던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도 한편 들었다. 아무튼 그런 선생님이라 몇몇 임팩트 있던 말씀이 살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는데 당시에 "니들 어릴 때 할리우드 서부극 영화에서 미국인들이 막 총질하면서 인디언 죽이고 그러면 좋~다고 와~ 하면서 박수 치고 그러지? 그러면 안 돼~ 그 인디언들이 옛날엔 우리랑 같은 뿌리야 따지고 보면~" 그때가 대충만 계산해도 20년쯤이나 전인데, 다른 말씀도 종합해 지금 돌아보면 꽤 진보적인 분이셨다.

인근 CGV 개관으로 메가박스의 출혈 쿠폰 폭풍 배포에 좀처럼 가볼 틈이 나질 않았는데, 마케팅 전략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몰아서 글 쓰다 보니 개인적인 얘기들이 영화 얘기 틈을 비집고 나왔는데 편집하지 않고 '무삭제판' 그대로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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