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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섹스 볼란티어 본문
아침에 극장에서 '하하하'를 보고, 방금 집에서 '섹스 볼란티어'를 봤다.
'하하하'는 홍상수 감독 작품. 홍상수 감독 작품. 홍상수 감독 작품이다. (......!!!)
그냥 홍상수 감독 작품은 보러 가는 길도 마냥 즐겁다. ㅋㅋㅋ~ ㅎㅎㅎ~ ㄲㄲㄲ~
돈 없는 학생이 저 예산으로 끙끙거리며 찍은 영화처럼, 일부러 그런 것도 재밌고,
안 어울릴 것 같은 배우들인데, 그래도 연기력이 받쳐줘서 조화로운 점도 재밌다.
'사람'이라서, 특히 '남녀'라서 그 사이 벌어지는 이야기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재밌을 수 있음을 또 보여준다.
흑백 정지 영상에 두 화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은 듯 능청스레 건배를 반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런 영화가 좀 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면 좋을 텐데,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는 게 역시 아쉽다.
'섹스 볼란티어'는 볼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넘어갈 뻔하던 중, 최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보고 싶어졌다. 쿡TV로 보려고 했는데 못 찾아서 곰TV로 보게 됐다. 처음부터 0원 개봉을 하는 등 논란을 일으킬 작정을 하고 만든 영화니, 평에는 주관을 뚜렷이 드러내는 게 좋겠다.^^
확실한 부분부터 짚어보겠다.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라면 나도 용납 못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내가 신부였다면, 남녀를 한 방에 넣어두고 밖에서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자 없이 기계나 도구를 이용해 성욕을 풀도록 돕는 선에서 그치는 게 옳을 것 같다. 만약 줄기차게 성욕해소를 요구하는 장애인이 있다면, 스스로 자존심마저 버리게 된 그의 마음을 치유하려 노력할 것 같다. 사람이 고파서 섹스를 요구하는 것은 장애를 무기 삼은 비겁한 핑계다. 다만, 사람이 고파진 건 우리 사회의 책임인바, 평소 장애인들에 애정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 사람이 고프다는 메시지를 심은 것은 관객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대생은 주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인이며 화대를 주고받지 않고, 사랑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서로 동의하에 이뤄진 관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회인으로서 이해는 하지만, 내 주변인이라면 가까운 만큼 말릴 것이다. 영화에 나온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표현에 동감한다. 일단 한번 경험한 장애인은 다른 봉사자(?)를 또 요구하거나, 첫 경험의 상대를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 것인데, 전자는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장애를 핑계 삼을 뿐일 것일 가능성이 크고, 후자 역시 그 상대가 결혼해줄 것이 아니고 한번 봉사(?)해주고 말 것인 만큼 평생 다시 할 수 없는 일을 기억 속에만 가두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 처사다. 봉사란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보람을 느끼는 기쁨을 대가로 받는 것인데, 여대생 봉사자(?) 입장에서도 한 장애인과 계속 관계를 가진다면 결혼은 다른 남자와 한다는 경우 그건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한 장애인에게 봉사(?)를 마치고 다른 장애인에게 새로 시작하는 일을 반복한다면, 장애인 사회에 그 걸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아무튼, 이런 논란도 일기 시작하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