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Total
Recent Comments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BelLog™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힐러리 한 본문

공연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힐러리 한

Johnny_C 2018. 12. 21. 12:07

올해 음악회 운이 없었다. 페라이어 독감, 래틀 LSO 얀센 때쯤 근무 변경, 키신 빈틈 없는 매진, 얀손스 대체, 등. 그 사이 징검다리였던 KBS 정기마저 여행으로 가볍게 포기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 몰랐고, 발레는 듣기 위주가 아니라서, 영혼은 하염없이 메말라갔다. 19일은 파보 예르비 선생 취리히로 옮기기 전 DKB와 함께 볼 사실상 마지막 기회에다, 힐러리 한도 함께라니, 단비였다.

그렇게 오랜만이라서 음향에 감은 떨어졌을 거라, 저번 톤 쿠프만 때 협주곡과 소편성에 부적합한 자리라고 자평했음에도 그때와 비슷한 반대쪽 자리였는데, 적어도 시야방해만 아닌 자리로 성공해서 만족했었지만, 막상 가보니 의자에 기댄 채로는 무대 중앙을 보기 어려워서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여야 했다. 기분이 조금 상했다. 저번엔 파이프 오르간에 정신이 팔려 내가 시야방해를 별로 못 느꼈나 보다. 그럼 대놓고 시야방해라고 해둔 자리는 도대체 어떤 지경일까?

이미 어쩔 수 없는 부분은 할 수 없고, 모차르트 돈 조반니 서곡으로 1부 개시 후,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협연자 힐러리 한이 입장하는데 일부러 한국 전통 느낌의 색동 치마를 입고 나온 게, 옷 자체보다도 그 마음이 더 예뻐 보였다. 그렇다고 음악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꼼수로 과장하려고는 하지 않는 그다. (힐러리 한에 관해 처음 썼던 글은 여기 링크) 본인 연주 들어가기 전, 오케스트라를 유독 많이 돌아보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 바로, 연주할 때 마음가짐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한 음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을 좀 내려놓고, 중간에 잡생각에도 빠져보기로 한다. 편하게 듣고 있자니, 솔직하고 바른 따뜻한 성품을 짐작할 수 있어, 나도 나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고 한다. 문득 예전에 조슈아 벨의 지하철 실험이 떠오른다. 힐러리 한이 그러고 있다면 나는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내한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바흐 독주는 솔직히 재미는 없을 것 같고, 그보다 이 협연이 더 궁금했던 난, 힐러리 한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후회 없이 만족했다. 앙코르곡은 역시나 바흐의, 파르티타 3번 중 Gigue 그리고 소나타 3번 중 Largo.

2부는 슈베르트 교향곡 9번 D.944. 힐러리 한 없이 파보 예르비와 DKB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파보 예르비는 앞서 협주곡 때도 마찬가지로 '때를 아는' 모습이었다. DKB는 지휘에 어긋남 없이 착착 맞추는 와중에 수석들을 비롯한 많은 멤버들이 열성적으로 보였다. 그 열성들이 모여서 힘찬 소리를 내주는 느낌이 내게도 전해왔다. 튀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역량을 조직적으로 드러낸다는,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었다. 앙코르곡은 내겐 매우 친숙한 시벨리우스 Valse Triste. 라이브는 처음이라 빠져들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