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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 시대를 꿰뚫어 본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 시대를 꿰뚫어

Johnny_C 2012. 9. 21. 01:31

스크린 너무 많이 잡아서 좀 얄미웠지만 봤다. 별 기대 안 했었는데 2시간 이상 기대 이상. 좀 더 일찍 봤어도 좋았을걸.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대뜸 이 얘기부터 할 만큼, 이병헌 인정 안 할 수 없다. 1역도 쉽지 않았을 작품일 텐데, 1인 2역 끝내준다. 잘 어울리면서도 그 역을 잘할 수 있었을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실은 2역 그 이상이다. 진짜 왕, 진짜 천민, 그리고 어설프게 왕인척하는 천민, 서서히 변해가는 천민, 왕 다 된 천민, 등등...

김인권 제일 좋았다. 다른 사람들 거의 웃는데, 난 눈물이 아른거렸다. 진정한 충심은 강요, 의무, 직책, 등에 따라 자연히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걸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 진심으로 위할 때 충심이든 뭐든 나오는 것이라.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못 봐서 내가 흐름은 놓쳤는데, 이젠 원톱 주연도 한 번쯤? 한효주는 (영화 보는 중에도 양준혁 자꾸 생각나서 어쩌지;) 옷 벗기는 한순간 빼고는 거의 얌전하게만 나와서 좀 아쉬웠다. 맡은 게 그러니 뭐. 또 재밌는 점은 <도가니>에서 성폭행범 1인 2역 했던 장광 이 분이 이 영화의 1인 2역 군주 앞에 '정말 없다'고 가르치는 내시로 나온 것.ㅋ 전에 장광 이 배우 은근히 걱정됐었다. 성폭행범 이미지 굳어져서 다른 연기할 때도 그 영화 생각나면 어쩌나,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그냥 이 영화에 나온 사람으로 보여 다행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밑에선 위를 볼 때 마냥 쉽게만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닌 걸 모르니까 윗사람을 그저 원망만 한다.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있으면 말 한마디로 바꿀 수 있는 줄 알고. 그 간단한 걸 왜 안 해 주느냐 이거지. 그 위가 아래 자기보다 모자라서 그런 줄 안다. 그러나 모자라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위에선 아래에 이해시킬 방도가 없다. 위에 안 있어 봤으니 모른다. 그 '위'라는 이런저런 고독하디 고독한 자리에 오래 있어보면 알 것이다. 그게 그렇게 '어명' 같은 말 한마디 따위로 쉽게 되는 게 아니란 것을. 위에선 아래에서 하는 근심걱정은 없는 대신 아래에선 할 필요가 없는, 아예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근심걱정을 대신할 뿐.

이 영화는 이를 모두 함축했다.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인류 문명이 만든 그 어떤 사회 시스템에도 일맥상통하는.

작품의 아쉬움이라면 편집. 드라마 같단 느낌이 좀 있었다. 그리고 시기는 우연이겠지만 안철수 출마 선언과 자꾸 겹친다. 그런데 영화라서 그렇겠지만, 군주제에서도 왕 하나가 갑자기 '이리 말고 저리 해라'고 한다고 해서 여소야대 정국 타개가 그리 쉽게 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역시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겠다. 광해군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렇게 '군'이라고만 부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 저평가가 이뤄져 있는데, 이건 이 영화를 떠나서 대학 이전 국사 시간에도 다들 들었던 것. '인조반정'이란 타이틀 아래 그 대상으로서만 어렴풋이 알았던 건 아닌지, 한국사 정설은 우리에게 무얼 주입하는지 진정한 재평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똑바로 '광해군'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대 대한민국을 보면 아직도 4백 년 전 왕에 대한 '진정한' 재평가는 아직도 요원하다.

이건 영화지만 사라진 진짜 역사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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